세제 개편, 여론 반발에 되풀이된 후퇴
핵심 요약
세제 개편안이 여론 반발과 시장 불안으로 철회되거나 수정되는 일이 정권마다 반복됐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과 금융투자소득세는 발표 또는 입법 이후 기존 방침이 뒤집혔다. 가상자산 과세의 시행 여부는 추가 유예안과 폐지안을 심사할 국회의 결정에 달렸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을 여론 악화와 대통령 지시 뒤 재검토하는 장면은 여러 정권에서 반복됐다. 지난해 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려 했지만 증시 불안과 비판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고, 정부·여당은 현행 50억원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2020년에는 이듬해부터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고 가족 보유 주식까지 합산하려던 방안이 개인투자자 반발과 기획재정부 장관 해임 청원에 부딪혀 철회됐다. 2013년에도 세 부담이 늘어나는 연소득 기준을 3450만원으로 잡았다가 ‘월급쟁이 쥐어짜기’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기재부는 발표 27시간 만에 기준을 5500만원으로 올렸다.
입법을 마치고도 시행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2020년 정부는 국내 주식 기준 연간 5000만원을 넘는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 수익에 22.0~27.5%를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했고,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야는 2022년 12월 증시 침체 우려로 시행을 2년 미뤘다. 2024년 정부·여당이 폐지를 추진하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동의하면서, 금투세는 같은 해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2020년 소득세법에 담긴 가상자산 과세도 2021년 11월과 2022년 12월, 2024년 7월까지 세 차례 유예됐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시행되지만 국회에는 2030년까지 미루는 안과 폐지안이 함께 발의돼 있으며, 올해 정부 세제 개편안에 관련 내용이 없어 결정은 국회에 달렸다. 임상수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견 검토가 길면 공표효과에 따른 시장의 잠김현상이 장기화하고, 신속히 추진하면 조세저항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개편 속도보다 부작용을 얼마나 예측했는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