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투자로 반전 쓴 대규모 유상증자
핵심 요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직후보다 약 75% 상승했다. 삼성SDI 등에서도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증자가 기업가치 상승과 맞물렸다. 성장 자금 조달을 보장하면서 주주 보호 기준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20일 장 마감 뒤 국내 증시 사상 최대인 약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개했다. 2024년 1조7247억원을 벌어들인 회사가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자 반발이 커졌고, 이튿날 주가는 약 13% 내린 62만80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약 1년 5개월이 흐른 지난 7일 종가는 109만7000원으로, 증자 발표 직후보다 약 75% 상승했다.
회사는 주주배정 물량을 2조3000억원으로 줄이는 대신 한화에너지 등이 참여하는 1조3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을 병행해 계획을 보완했다. 확보 자금은 해외 해상·지상 방산 거점과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대공방어시스템 등 차세대 제품에 투입하기로 했다. 글로벌 방산 호황과 함께 이 같은 성장 투자가 기업가치 상승에 힘을 보탠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기업에서도 미래 사업 목적의 증자가 주가 상승과 맞물린 사례가 확인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미국·유럽 생산시설과 전고체 배터리에 투자하려고 2조원 증자를 결정했고, 당시 19만1400원이던 주가는 지난 7일 45만9000원에 이르렀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3년 삼성전자 대상 증자와 전략적 협업 이후 상승세를 보였고, 포스코퓨처엠도 배터리 공급망과 양극재 투자 계획을 추진하며 12만원대 주가가 현재 15만원대로 올라섰다.
쟁점은 증자 자체보다 자금의 목적과 집행 계획, 위험요인을 얼마나 명확히 공개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들은 금융감독원의 잇단 정정 요구로 일정이 지연되거나 규모가 축소·철회되면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며 심사 기준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요구한다. 금융당국은 증자의 허용 여부를 대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판단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는지를 살핀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ATM·PIPE처럼 조달 선택지를 넓히고, 일본처럼 희석률 25% 이상이나 지배주주 변경 때 명확한 주주보호 절차를 적용하는 제도 정비 필요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