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 생명선, 법적 이름 없는 병원선
핵심 요약
전국 병원선 5척이 257개 섬 주민 3만4066명의 일상 진료와 만성질환 관리를 맡고 있다. 병원선은 반세기 넘게 운항했지만 의료법과 지역보건법상 의료기관 지위를 갖지 못했다. 운영비 전액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가운데 22대 국회에 관련 법안이 다시 발의됐다.
경남511호는 지난달 23일 남해군 노도에 이어 24일 통영시 사량면 섬마을을 찾았다. 162t급 본선이 얕은 선착장에 닿지 못하자 의료진은 약과 혈압계·혈당측정기를 보조정에 싣고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임시 진료실에서는 감기와 피부질환, 오래된 통증을 살피고 만성질환자의 혈압·혈당을 확인한 뒤 약을 처방했다.
경남511호의 진료팀은 행정·간호 인력과 내과·한의과 공중보건의사 등 5명으로 꾸려졌다. 배 안에는 내과·한의과·치과 진료공간과 약국, 자동조제포장기가 갖춰져 진료부터 처방과 조제까지 한자리에서 이뤄진다. 의료진은 방문 전 주민 명단과 지난 처방을 점검한다. 담당하는 51개 섬마을 가운데 본선이 접안할 수 있는 곳은 2곳뿐이고, 진료 대상 2379명 중 1333명이 65세 이상이어서 대부분 의료진이 섬 안으로 들어간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병원선은 경남·충남·인천 각 1척과 전남 2척 등 모두 5척이다. 257개 섬 주민 3만4066명을 대상으로 하며 지난해 실인원 3만8853명을 진료했다. 그러나 병원선은 의료법상 의료기관도, 지역보건법상 지역보건의료기관도 아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상 필요해 요청한 의료기관 밖 진료라는 예외와 보건복지부 훈령,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토대로 반세기 넘게 운항해 왔다.
법적 지위가 없어 운영비와 인력은 지방자치단체 형편에 좌우된다. 지난해 5척의 운영비 45억8551만원은 모두 지방비였고, 이 가운데 유류비가 27억7372만원으로 60.5%를 차지했지만 면세유와 운영 국비 지원은 없었다. 진료정보시스템도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어 정부가 방문 지역의 보건지소 지위를 그날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21대 국회의 관련 법안은 폐기됐고, 22대 국회에는 지역보건법 개정안과 병원선 3법이 다시 발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