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박스 채운 김 크리스틴 선의 시각 언어
핵심 요약
김 크리스틴 선의 신작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에서 11월 29일까지 전시된다. 72대의 OLED로 만든 대형 곡면 화면과 드로잉·사운드가 공간 전체를 연결한다. 수어와 모션 라인으로 완고함과 갈등을 드러내며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언어와 감각이 부딪치고 관계를 다시 조정하는 과정을 공간 전체로 확장한 김 크리스틴 선의 신작이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펼쳐졌다. ‘MMCA×LG OLED 시리즈 2026’ 전시로 마련된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은 오는 11월 29일까지 서울박스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현대미술과 디지털 기술의 접점을 모색하는 중장기 프로젝트의 올해 전시다.
길이와 높이가 각각 33m인 서울박스에는 애니메이션과 드로잉, 벽화, 텍스트, 사운드가 하나의 조형 환경을 이룬다. 중심에는 55인치 LG OLED 72대로 구성한 세로 8.1m, 가로 5.4m의 곡면 화면이 설치됐다. 국내 미술관 전시에 나온 곡면 디스플레이 가운데 최대 규모다. 화면에서 뻗어 나온 선과 기호는 벽과 바닥의 그래픽, 공간의 소리와 이어지며 영상과 건축,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허문다.
1980년생인 김 크리스틴 선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다. 농인으로서 미국 수어의 구조와 악보에서 착안한 그래픽 노테이션, 손글씨와 도표 등을 독자적인 시각 언어로 발전시켜 왔다. 지난해 ‘파워 100’ 34위에 올랐으며 미국 휘트니미술관 개인전에 이어 2026년 워커아트센터 순회전을 열었다. 일본 모리미술관과 독일 베를린비엔날레에서도 언어와 번역, 접근성에 관한 작업을 선보였다.
신작의 핵심 조형 요소는 고전 만화에서 속도와 충격을 나타내는 모션 라인과 수어의 움직임이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 머무르지 않고 선과 소리 사이를 걸으며 거리와 방향, 시선의 변화로 의미를 받아들이게 된다. 제목 속 ‘바위’는 타인의 완고함뿐 아니라 확신에 갇힌 자기 자신과 고착된 사회 질서를 함께 가리킨다. 작품은 양극화된 주장과 소모적 논쟁을 되짚으며, 소통을 차이를 없애는 결론이 아니라 완전한 이해가 어려워도 서로의 감각과 입장을 계속 번역하고 조정하는 과정으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