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박스 뒤덮은 선과 기호, 소통을 다시 묻다
핵심 요약
김 크리스틴 선의 신작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에서 11월 29일까지 열린다. 55인치 OLED 72대와 드로잉·벽화·사운드가 공간 전체를 감싸는 작품을 구성한다. 전시는 소모적 논쟁을 비추며 차이를 조정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소통의 의미를 묻는다.
국립현대미술관과 LG전자가 서울 종로구 서울관의 서울박스에서 김 크리스틴 선의 신작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을 선보인다. 오는 11월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애니메이션과 드로잉, 벽화, 텍스트, 사운드를 한데 엮어 길이와 높이가 각각 33m인 내부 공간 전체를 하나의 조형 환경으로 바꿨다.
벽면에는 세로 8.1m, 가로 5.4m의 곡면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55인치 LG OLED 72대로 구성돼 국내 미술관에 설치된 곡면 화면 가운데 최대 규모다. 화면에서 빠르게 뻗고 꺾이는 선과 기호는 벽과 바닥의 그래픽, 공간을 채우는 소리와 이어진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 머무르기보다 그 사이를 걸으며 영상과 건축, 이미지와 소리의 관계를 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1980년생인 김 크리스틴 선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다. 미국 수어의 움직임과 음악 악보에서 착안한 그래픽 노테이션, 손글씨와 도표 등을 활용해 언어·소리·번역·접근성의 문제를 다뤄왔다. 이번 작품의 선은 고전 만화에서 속도와 충격을 나타내는 ‘모션 라인’에서 출발해 감정과 관계의 변화를 드러내는 장치가 됐다. 작가는 지난해 현대미술계 영향력 순위 34위에 올랐으며 휘트니미술관 개인전과 워커아트센터 순회전, 모리미술관과 베를린비엔날레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 제목의 ‘바위’는 상대의 말을 듣지 않은 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소모적 갈등을 가리킨다. 동시에 자신의 확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개인과 언어·사회적 관계를 굳혀 놓은 질서도 뜻한다. 작품은 소통을 정해진 의미의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감각과 입장을 계속 조정하고 번역하는 과정으로 제시한다. 완전한 이해에 닿지 못하더라도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지, 자신이 누군가에게 움직이지 않는 바위가 된 것은 아닌지를 관람객에게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