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의 빈틈 넘어선 ‘호프’의 이미지와 타자성
핵심 요약
‘호프’는 서사와 인물 형상의 한계에도 강렬한 이미지와 리듬으로 엇갈린 반응을 낳았다. 인간과 비인간의 사투는 낯선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과 타자 배제의 문제를 드러낸다. 전작 ‘곡성’과 이어지는 문제의식은 공동체가 이방인을 괴물로 만드는 과정을 환기한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를 둘러싼 반응이 환호와 비판으로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작품은 개연성과 서사의 유기성, 인물의 입체성, 주제 구현에서는 평면적이라는 한계를 드러내지만, 현란한 액션과 기이한 외계 생명체, 인간과 비인간의 사투를 담은 일부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논쟁의 확산 자체도 한 편의 영화가 여러 해석을 끌어낸 드문 현상으로 볼 만하다.
평가가 엇갈리는 배경에는 영화라는 매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놓여 있다. 캐릭터와 플롯, 서사를 중심에 두면 ‘호프’의 허술한 연결과 납작한 인물 형상이 두드러진다. 반면 영화를 이미지의 연결과 운동, 시간 속에서 전개되는 리듬과 힘의 매체로 받아들이면 서사의 약점과 별개로 시각적 성취를 주목할 수 있다. 작품 속 1980년대 한국과 냉전, 남북 분단도 현실의 충실한 재현보다 독립된 이미지로 기능한다.
두 시간 삼십 분 동안 이어지는 생존 게임의 외형 아래에는 자신과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과, 반대로 인간을 응시하는 낯선 존재의 시선이 파편적으로 배치돼 있다. 영화가 이를 치밀하고 유기적인 주제로 완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타자를 향한 공포와 배제, 낯선 존재가 의식 속에서 괴물로 바뀌는 과정은 오늘의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징후적 지점으로 남는다.
이 문제의식은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과도 맞닿아 있다. 끈끈한 연줄로 이어진 폐쇄적 공동체에 들어온 일본인 이방인이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괴물이나 악마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그의 실제 정체보다 공동체가 만들어낸 이미지였다. ‘호프’ 역시 낯선 존재를 공포와 제거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의 시선을 되묻는다. 완결된 걸작과는 거리가 있어도, 사실보다 강한 이미지와 타자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는 장면들은 논쟁할 가치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