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덮친 폭염, 고령 농민 희생 잇따라
핵심 요약
한반도 서부의 폭염이 심해지면서 논밭에서 일하던 고령 농민들의 사망이 잇따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드론 순찰과 관급 공사 중단, 옥외 사업장 점검 등 대응을 강화했다. 동풍에 따른 푄 현상과 태풍 ‘돌핀’의 영향으로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뜨겁고 건조한 동풍이 산맥을 넘어오면서 수도권과 국토 서부의 폭염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전북 일부로 폭염중대경보가 확대된 가운데 전북의 올해 온열질환 누적 사망자는 4일 기준 5명으로 늘었다. 완주에서는 97살 주민이 집 근처 텃밭에서 체온 41.6도인 상태로 발견돼 숨졌고, 82살 남성도 도로에서 쓰러져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두 사람은 각각 열사병과 온열질환 피해를 입었으며, 3일 완주의 낮 최고기온은 36.8도였다.
충북 음성에서는 4일 밭에서 농약을 뿌리던 60대 남성이 숨졌고, 논 인근 화물차에서도 60대 남성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전날 청주에서는 밭일하던 90대 남성이 쓰러진 뒤 숨졌으며 당시 최고기온은 37.6도였다. 충남 당진에서도 2일부터 사흘 동안 논밭에서 일하던 87살 남성과 60대 남성, 70대 농민이 잇따라 숨졌다. 원주에서는 88살 농민이 밭일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경남에서도 지난달 22일과 25일 90대 남녀 농민이 논밭에서 사망했다.
사망자 다수가 70~90대에 집중되면서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고령자들이 폭염에 특히 크게 노출된 상황이 확인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한낮의 농사일을 막기 위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 안성시는 드론으로 홀로 일하는 농민을 찾아 귀가를 권고하고 있으며, 다른 시·군도 같은 방식으로 논밭의 작업자를 확인하고 있다. 경기도는 비상 2단계를 가동해 관급 공사를 중단하고, 31개 시·군 노동안전지킴 112명을 투입해 소규모 공사장과 옥외 사업장의 휴식 시간 준수 여부를 점검 중이다.
경기도에서 5월 15일부터 이달 1일까지 확인된 온열질환자는 395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이 숨졌고 28%는 실외 작업장에서 발병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3일 순천·곡성·광주동부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지자 재난 대응을 비상 2단계로 높이고 야외 구간이 있는 광주도시철도 2호선 2단계 공사를 중단했다. 이번 서부 폭염은 3일부터 동풍이 산맥을 넘으며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과 맞물렸다. 일본 오키나와 동쪽 해상의 태풍 ‘돌핀’이 동풍을 지속시켜 폭염을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