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시대에 고전이 건네는 인간의 진심
핵심 요약
생성형 AI 시대에 저자의 삶과 진심이 온전히 담긴 고전의 가치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20여 년간 여러 차례 이사를 거친 서재에는 신간보다 오랫동안 살아남은 고전이 더 많이 남았다. AI는 검색과 자료 조사에 활용하되 생각과 경험을 담는 글쓰기는 직접 이어가겠다는 원칙이 제시됐다.
문화평론가이자 변호사인 정지우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빠르게 책을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고전의 가치가 선명해진다고 본다. AI가 작성했는지 의심하지 않고 저자의 경험과 생각에 온전히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전은 일종의 ‘AI 청정구역’이다. 오랜 세월을 견딘 문장에는 한 인간이 삶을 통과하며 길어 올린 진심과 인류가 축적한 기록이 담겨 있다.
이사를 앞두고 서재를 정리하는 과정은 이러한 생각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스무 살 무렵 자취를 시작한 뒤 20여 년 동안 이사할 때마다 처분할 책과 가져갈 책을 신중하게 골랐지만, 여러 차례 이동에도 20년째 자리를 지킨 책들은 대부분 고전이었다. 해가 지날수록 서재에서 신간보다 오래된 책이 차지하는 비중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최근 새로운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관련 서적이 한꺼번에 출간되고, 일부 책에서는 AI가 구성한 듯한 문장과 목차가 눈에 띈다. 정지우는 문장 너머의 마음과 심리, 생각을 따라가며 저자와 대화하듯 읽는 독서 방식을 중시한다. 글의 작성 주체부터 의심해야 하는 책에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지만, 고전을 읽을 때는 한 문장에 한 시간 동안 머물며 생각을 이어가기도 한다.
AI의 활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 정보성 글을 준비하거나 웹 검색과 자료 조사를 할 때는 기존 검색엔진처럼 AI의 도움을 받는다. 다만 자신의 생각과 마음, 경험을 담는 글은 직접 쓰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최근 펴낸 고전 독서 목록집 〈나를 살린 청춘 고전〉에도 카뮈와 릴케, 장 그르니에, 밀란 쿤데라 등 오랫동안 사랑해온 작가와 작품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기술이 글쓰기의 경계를 흔드는 상황에서도 깊은 울림의 근원은 오래 살아남은 인간의 진실한 기록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