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점과 전통으로 되짚는 이대원 70년
핵심 요약
이대원의 70년 화업을 조망하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11월 8일까지 열린다. 1930년대 초기작부터 말년의 대작까지 유화 120여 점이 전시된다. 전통 공예의 색과 빛, 동양화의 점과 선을 유화로 재구성한 작업 세계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과수원 풍경으로 널리 알려진 이대원의 70년 화업을 조명하는 전시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11월 8일까지 열린다. 1930년대 초기작부터 말년의 대작까지 유화 12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아, 전통을 토대로 한국적 회화 언어를 구축하려 했던 작가의 긴 여정을 살펴본다.
봄의 과수원을 그린 작품에는 분홍 꽃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화사한 색점은 서로 뒤섞이지 않은 채 각각의 빛을 유지한다. 분홍과 초록, 노랑의 색선은 화면을 가로지르며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움직임을 만들고, 촘촘한 색점과 색선, 색면은 돌담과 풀숲을 이룬다. 이대원의 ‘농원’은 바라보는 풍경을 넘어 그림 속을 거니는 동양의 산수 공간으로 확장된다.
밝고 행복한 농원을 그린 화가라는 이미지 뒤에는 동양화와 전통 공예를 유화에 접목하려는 지속적인 실험이 있었다. 이대원은 소정 변관식과 심산 노수현에게 동양화의 필획을 직접 배웠으며, 전통 공예품을 유화로 옮기는 작업도 이어갔다. 나전칠기 표면에 빛이 응축되는 효과를 회화로 구현했고, 나전과 자수의 색채 및 전통 회화의 점과 선을 새롭게 구성했다.
이대원은 서구 미술의 흐름을 그대로 좇는 대신 전통 공예가 지닌 색과 빛, 동양화의 운필과 기법을 유화 안에서 다시 풀어냈다. 이번 전시는 과수원이라는 친숙한 소재뿐 아니라 치열한 조형 탐구와 한국 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드러낸다. 시대별 작품을 통해 독자적인 회화 언어가 형성되고 완성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