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선으로 되짚는 이대원의 한국적 회화
핵심 요약
이대원의 약 70년 화업을 조명하는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다. 유화 120여 점과 아카이브 100여 점, 고미술품을 통해 전통 공예와 산수의 원리를 현대 회화로 옮긴 과정을 살핀다. 창작뿐 아니라 화랑 운영과 미술교육, 문화행정, 외교에 걸친 활동도 함께 재조명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대원(1921∼2005)의 약 70년에 걸친 작품 세계를 살피는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를 8월 6일부터 11월 8일까지 덕수궁에서 연다. 1930년대 초기작부터 말년의 대형 회화까지 유화 120여 점과 아카이브 100여 점, 작가가 수집한 고미술품을 한자리에 모아 전통과 현대, 공예와 회화를 연결한 궤적을 조명한다.
초기작 ‘북한산’은 흰 화강암 봉우리를 진홍과 자주로 바꾸고 짙푸른 하늘과 대비시켜 가을 산의 감각을 색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는 원래 제목이 ‘가을 산’이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1970년대 이후 본격화한 ‘농원’ 연작에서는 파주 농원의 봄꽃과 가을 들판, 산과 하늘이 색점·색선·색면으로 쌓인다. 각각의 색은 눈에서 섞이는 점묘 방식과 달리 자수의 색실처럼 고유한 빛을 유지한다.
이대원은 자수와 나전, 화각, 목가구 등 전통 공예의 색과 빛을 연구하고 동양화의 운필과 조형 원리를 유화로 풀어냈다. 시간이 흐르며 짧은 색점은 길고 자유로운 색선으로 변했고, 풍경의 원근도 희미해져 관람자가 화면 안으로 들어서는 듯한 산수적 공간이 형성됐다. 가로 5m가 넘는 ‘담’은 미색과 분홍빛, 푸른빛을 머금은 색들이 섞이지 않고 나란히 놓여 자개처럼 독립된 빛을 내는 대작이다. 외교부 소장품으로 오랫동안 주미한국대사관에 설치됐다.
그의 활동은 창작에 머물지 않았다. 1959년부터 약 8년간 반도화랑을 운영하며 박수근, 장욱진, 김기창, 김환기, 유영국 등의 작품을 소개하고 한국 미술의 해외 진출에 힘을 보탰다. 이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와 학장, 총장을 지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외교통상부 문화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이번 전시는 이대원을 밝은 풍경의 화가뿐 아니라 창작과 교육, 전시, 문화행정, 외교를 아우르며 한국적 현대 회화를 탐구한 문화적 지식인으로 재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