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공격에 흉기 든 조카,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
핵심 요약
대법원이 삼촌의 폭행과 흉기 위협에 맞서 흉기를 든 조카의 행동을 정당행위로 판단했다.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파기됐고 사건은 인천지법으로 돌아갔다. 방어 행위의 위법성은 다툼의 경위와 당사자 관계, 공격과 피해 정도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어린 시절 자신을 성추행한 사실을 꺼낸 뒤 집으로 찾아와 폭행하고 가위로 위협한 삼촌에게 흉기를 들어 맞선 조카의 행동은 처벌할 수 없는 정당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 6월 25일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ㄱ씨는 2023년 1월 삼촌 ㄴ씨에게 자신이 9∼10살이던 때 성추행당한 일을 기억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ㄴ씨는 30년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며 신고하려면 하라고 소리친 뒤 ㄱ씨의 얼굴을 때렸고, 가위를 든 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ㄱ씨도 삼촌의 얼굴을 때린 뒤 흉기를 들고 죽고 싶으면 다가오라는 취지로 맞섰다.
1심은 특수협박 혐의를 인정해 ㄱ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고, 상해 혐의로 기소된 ㄴ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ㄱ씨가 범행에 이른 과정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보고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1년간 유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ㄱ씨의 대응이 형법 20조가 정한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예고 없이 찾아와 폭력을 쓰고 흉기로 위협한 ㄴ씨의 지속적인 공격에 ㄱ씨가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봤다. 두 사람의 과거 관계와 성별, ㄴ씨의 폭력성 등을 종합하면 ㄱ씨가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추가 공격을 막으려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목적과 수단의 타당성·긴급성·보충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툼의 근원적 책임은 ㄴ씨에게 더 무겁고 ㄱ씨의 대응과 피해 정도를 비교해도 방어적 성격이 뚜렷하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가정 내 상호 폭력에서 방어적으로 흉기를 든 행위만 분리하지 않고 다툼의 경위와 당사자 간 역학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