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배상 확정, 내부통제 실패도 비용 된다
핵심 요약
대법원이 삼성증권에 국민연금 손실 약 18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직원의 업무상 과실에 대한 회사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됐으며 배상 범위는 손해액의 50%로 제한됐다. 내부통제와 전산 오류가 제재·평판 위험을 넘어 민사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확인됐다.
대법원이 13일 국민연금공단과 삼성증권 사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삼성증권에 약 18억6000만원의 배상 책임을 부과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민연금이 처음 청구한 금액은 299억원이었다. 2018년 이른바 ‘유령주식’ 사고 이후 8년 만에 나온 확정 판결로, 직원의 업무상 과실과 기관투자자의 손실을 연결해 회사의 민법상 사용자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사고는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주당 1000원의 현금을 지급해야 했지만 1000주의 주식을 잘못 입고하면서 시작됐다. 일부 직원이 오류로 배당된 주식을 시장에서 매도했고,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최대 11.7% 떨어졌다. 대법원은 1·2심과 달리 배당업무 담당 직원들의 과실에 대한 회사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배상 범위는 손해액의 50%로 제한했다.
이번 판단은 전산 입력 오류와 내부통제 실패, 비정상 거래, 기관투자자 손실로 이어진 과정이 민사상 배상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과거 금융사고의 부담이 금융당국 제재와 평판 훼손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사고로 발생한 투자손실을 산정해 증권사에 청구하는 비용까지 관리 대상이 됐다.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 자산운용사는 거래 단위가 큰 핵심 기관 고객이어서 사고 때 손실과 배상 규모도 커질 수 있다.
운영리스크가 회사 존립을 흔든 사례도 있다. 한맥투자증권은 2013년 코스피200 옵션 자동주문 프로그램의 변수 입력 오류로 약 462억원의 손실을 내고 결국 파산했다. 삼성증권 사건과 사고 구조는 다르지만 사소한 전산·업무 오류가 대규모 손실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같다. 다만 이번 판결이 모든 전산사고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각 사건에서 증권사의 과실과 투자손실 사이 인과관계를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 대형 기관과 거래가 많은 증권사에는 시스템 검증과 주문통제를 잠재적 재무 위험의 관리 비용으로 다뤄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