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재현하지 않고 담다…‘지난 여름’의 시선
핵심 요약
‘지난 여름’은 홍천 주민의 실제 일상과 배우들이 이끄는 허구의 서사를 결합했다. 최승우 감독은 삶을 섣불리 재현하지 않고 책임질 수 있는 범위까지만 담았다. 두 영화제에서 평론가상을 받은 뒤 연작 ‘겨울날들’의 연말 개봉을 준비한다.
최승우(34) 감독의 첫 장편 ‘지난 여름’은 강원 홍천군의 실제 주민과 배우가 한 화면에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작은 농촌 마을의 청년 민우가 행정복지센터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는 허구의 서사를 중심에 두면서도, 주민들이 농사짓고 정자에서 쉬며 대화하는 일상을 가공하지 않고 담았다. 성산로 주소 표지판과 화천면행정복지센터도 그대로 보여주며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흐린다.
촬영의 관건은 주민들의 참여였다. 최 감독은 카메라를 낯설어하는 어르신들에게 준비한 질문을 건네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끈 뒤 프레임 밖으로 물러났다. 그 과정에서 사람의 몫은 20%, 하늘의 몫은 80%라는 농사 이야기도 각본 없이 나왔다. 김민혁·문영동·김현섭 등 배우들은 민우와 가족, 친구를 연기했으며, 고정된 카메라는 가뭄과 장마, 추수로 이어지는 농사와 소를 떠나보내는 순간을 차분히 바라본다.
작품은 밥을 먹던 최 감독이 쌀농사를 지으며 순리에 따라 사는 사람을 떠올린 데서 출발했다. 외갓집이 있던 홍천을 찾아 농부들의 삶을 살피며 구상을 발전시켰고, 생과 죽음의 순환을 민우의 내적 갈등과 죽음의 사건 속에 배치했다. 다만 민우를 괴롭히는 문제의 실체는 밝히지 않았다. 자신이 충분히 알지 못하는 삶에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책임질 수 있는 범위까지만 카메라와 이야기를 밀고 가려는 선택이었다.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촬영한 ‘지난 여름’은 2023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크리틱b상과 2024년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 영화평론가상을 받았다. 영화 교육을 따로 받지 않은 최 감독은 스물네 살 때 조선소에서 일해 카메라를 마련한 뒤 김민혁과 습작을 만들며 작업을 익혔다. 차기작 ‘겨울날들’은 겨울의 도시를 배경으로 전작의 이면을 비추는 연작이며, 올해 말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