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편지로 다시 잇는 글로벌 기업의 조직문화
핵심 요약
글로벌 기업 CEO들이 산행과 편지, 식사를 직원 소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퀸 이매뉴얼은 직원 370여 명의 알프스 산행에 약 14억원을 투입했다. e.l.f.뷰티는 주간 이메일과 소규모 식사로 직원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 있다.
화상회의와 메신저가 일상이 된 미국과 유럽 기업에서 최고경영자들이 직원과의 관계를 다지는 방식으로 산행과 식사, 편지 같은 전통적인 소통 수단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주말에 대규모 산행을 마련하거나 최고경영자가 매주 직접 이메일을 보내는 등 비대면 업무 환경에서 멀어진 구성원 사이의 유대와 소속감을 회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로펌 퀸 이매뉴얼은 지난달 16일 소속 변호사와 직원 370여 명이 참여하는 프랑스 알프스 산행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정장과 노트북 대신 등산화와 배낭을 갖추고, 직급과 근무지가 다른 동료들과 같은 길을 걸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국제 특허 소송에서 삼성전자 측을 대리했던 이 로펌은 행사에 100만 달러, 약 14억원을 투입했으며 이를 조직문화와 인적 네트워크를 위한 핵심 투자로 판단했다.
산행은 서로 얼굴을 계속 마주해야 하는 대화보다 부담이 적고, 일정한 속도로 같은 방향을 향하는 과정에서 동료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기업이 큰 비용을 들여 산행을 준비하는 목적도 정상 도달 자체보다 함께 걷는 동안 만들어지는 관계에 있다. 대면 협업과 조직문화를 내세워 출근 확대를 요구하는 기업과 유연한 근무 및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직원 사이의 간극이 커진 상황도 이런 소통 방식이 등장한 배경이다.
화장품 기업 e.l.f.뷰티의 타랑 아민 최고경영자는 직원 약 700명에게 매주 직접 이메일을 보낸다. 매출과 전략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만난 사람, 최근 느낀 감정, 일상에서 얻은 생각까지 담아 회사의 방향을 알리는 동시에 직원과의 감정적 거리를 좁힌다. 임원들과는 공식 발표자료 없이 소규모 저녁식사를 열어 격식 없는 대화를 나눈다. 회의에서 침묵했던 구성원도 식탁에서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꺼낼 수 있어, 일방적인 사무실 복귀만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관계를 보완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