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41도, 남부권 폭염에 농축수산업 피해 잇따라
핵심 요약
경남 양산이 41도를 넘기며 국내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폭염으로 가축 1만9000여 마리가 폐사하고 온열질환자도 속출했다. 가뭄과 양식어 폐사 피해가 이어지며 기우제까지 등장했다.
경남 양산시의 낮 최고기온이 41도를 넘어서며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31일 양산시청 인근 중심가는 직장인들이 붐벼야 할 점심시간인데도 인도에 사람이 거의 없었고,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서는 복사열이 치솟았다. 13t 살수차가 도로에 물을 뿌렸지만 순식간에 말라붙으며 더위를 식히는 데 역부족이었다. 양산은 지난 29일과 30일에도 40.3도를 기록하며 사흘 연속 40도를 넘어섰고, 지난 25일부터 폭염중대경보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경남을 비롯한 부산·울산 곳곳에서 농축산어업 피해와 온열질환이 속출하고 있다. 경남지역 폭염 폐사 가축은 지난 30일 기준 닭 1만5293마리, 돼지 3846마리, 오리 34마리 등 모두 1만9173마리에 달했다. 진주·거제·양산·하동의 벼 재배지에서는 작물이 시들고 도열병 징후가 나타나 급수차가 투입됐으며, 사천·김해·밀양의 과수농가에서는 단감이 검게 타들어가는 햇볕 데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밀양·양산·의령은 농업용수 가뭄 경계 단계에 들어섰고, 김해의 한 양봉장에서는 벌통 내부 온도가 42.5도까지 치솟아 여왕벌이 산란을 멈추고 벌 개체 수가 1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바다에서도 하동지역 양식어가 9곳에서 가숭어 등 1만4000여 마리가 폐사했고, 수온이 30도를 넘으면서 전어도 자취를 감췄다.
양산이 유독 뜨거운 이유는 사방이 해발 700~1000m급 산지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라 뜨거운 공기가 밤에도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을 넘은 공기가 뜨겁고 건조해지는 푄현상과 신도시 개발에 따른 열섬현상까지 겹쳤다. 이번 폭염이 장기화하는 것은 한반도 상공을 겹겹이 덮은 고기압 때문으로,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과 중층의 북태평양고기압이 구름 발달을 억제하는 가운데 남쪽에서 덥고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특히 영남과 동해안 지역은 뜨거운 남서풍이 산맥을 넘으며 수분을 잃고 더 뜨거워지는 푄현상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온열질환자도 잇따르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29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42명, 추정 사망자는 3명이며, 고성에서는 90대 여성이 밭일을 하다 숨지고 사천에서는 90대 남성이 논에서 작업 중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울산에서도 지난 30일 기준 온열질환자 82명이 발생했다. 단비를 기원하는 전통 기우제도 다시 등장해 양산시 원동면 가야진사와 창녕군 사직단에서 기우제가 봉행됐다. 부산은 지난 29일 38.8도를 기록하며 1904년 근대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경신했고,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은 맨발로 걷기 어려울 정도로 달궈졌다. 최근 두 달간 부산·울산·경남에 내린 비는 161.9㎜로 평년의 33.9%에 그쳐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가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오는 4일께부터 바람이 동풍으로 바뀌면 더위의 중심이 수도권과 충청 등 서쪽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고, 기상청은 오는 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