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편 지속성 열쇠는 사회적 합의
핵심 요약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사법개혁이 정권 교체 뒤 되돌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기환 전 부장판사는 법 왜곡죄와 급격한 검찰 개편이 방어적 판단과 신뢰 저하를 부를 가능성을 제기했다. 부자는 정치적 승패를 넘어 지속될 제도를 만들려면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성(85) 전 헌법재판관은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 검찰 제도 개편 등을 포함한 사법개혁이 폭넓은 공감 없이 추진되면 정권 교체 뒤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의 힘의 균형이 달라질 때마다 제도를 다시 손보는 일이 반복되면 사법 체계가 끝없는 내부 갈등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개혁의 명분만큼이나 지속 가능한 절차와 충분한 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들인 권기환(48) 전 부장판사는 형사사법 제도의 급격한 변화가 재판 독립과 국민 신뢰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법관의 판단을 형사책임과 연결하는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가 소신보다 처벌 가능성을 먼저 의식하는 방어적 재판에 기울 수 있다고 봤다. 검찰 조직을 바꾸는 과정에서도 한 검사가 맡은 사건을 다른 검사가 사실상 다시 수사하는 구조가 생길 수 있으며, 재판소원이나 법관·검사 책임 강화가 법률가의 판단을 획일화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두 사람의 법조 경력은 1969년 권 전 재판관이 판사 생활을 시작한 때부터 최근까지 57년에 걸쳐 이어졌다. 이 기간 한국 사법제도는 헌법과 형사사법 체계의 변화, 검찰 개혁과 조직 개편 등 여러 차례 큰 전환을 겪었다. 권 전 재판관은 법원이 정치적 혼란을 정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장치인 만큼, 정치가 정리되기 전에 사법기관부터 정치화하면 사회적 대립을 풀 통로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부자는 개혁의 필요성 자체보다 추진 방식과 사회적 신뢰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정치적 승패에 따라 법원과 검찰 제도가 되돌려지는 상황을 막으려면 반대 의견까지 포함한 공론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사법기관의 권한을 조정하는 작업은 국민의 공통된 법 감정과 제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충분한 합의 없이 속도를 앞세울 경우 개혁의 안정성과 정당성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