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 뒤 무너진 고령층의 생계와 관계
핵심 요약
고령 사기 피해자들이 주거와 생계 기반을 잃고 가족과도 단절된 채 고통을 겪고 있다. 피해금을 갚기 위한 장시간 노동과 불면 등 정신적 후유증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긴급 생계·치료비, 채무조정, 통합 사례관리와 예방교육을 아우르는 맞춤형 지원이 요구된다.

투자 사기로 1억원 넘게 잃은 60대 중반 김 모씨는 수천만원의 대출금까지 떠안은 뒤 남편과 이혼하고 집을 떠났다. 현재 월세 주택에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잇고 있지만 병원비가 없어 건강이 나빠져도 치료를 미루고 있다. 아들의 돈까지 투자에 쓴 죄책감으로 자녀에게 먼저 연락하지 못하면서 가족과의 왕래도 끊겼다.
경북 안동에 사는 최 모씨(66)는 2년 전 보이스피싱과 올해 초 코인 투자 사기로 모두 7000만원을 잃었다. 빌린 돈을 갚으려고 지난 4월부터 일당 15만원을 받으며 병원 간병 일을 하고 있다. 병원에서 숙식하며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쉬지 못한 채 일한 지 4개월째다. 최씨는 손실을 메우려면 앞으로 3~5년간 계속 일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남편과 아들에게는 피해 사실조차 알리지 못했다.
경북 구미의 60대 여성 백 모씨는 5년 전 보이스피싱으로 3000만원을 잃고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생활비의 절반가량을 2000만원의 대출금 상환에 투입해 원금은 모두 갚았지만, 사기범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한 고통과 불면은 남았다. 지금도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해야 잠들 수 있다. 2024년 기준 만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7.7%로, 중간 수준 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사는 고령층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고령 피해자는 새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취업하더라도 체력 소모가 크고 임금이 낮은 업무에 의존해 경제적 회복이 제한된다. 피해 직후 수사기관과 복지 담당자를 연계해 긴급생계비와 치료비를 지원하고, 사기로 발생한 채무를 별도로 조정하는 대책이 요구된다. 전담 관리자가 피해금 환급과 배상명령, 민사소송, 채무조정, 기초생활보장, 정신건강 치료를 함께 지원하고 심리치료와 가족상담까지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공공기관의 노인 대상 사기 예방교육 강화 역시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