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뒤 무너진 삶 세우는 259명의 경찰관
핵심 요약
피해자전담경찰관은 사건 초기부터 상담과 경제·심리·법률 지원, 안전조치를 맡는다. 정경민 경사는 최근 3년간 해마다 280∼300건의 피해자 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전국 인력은 259명에 머문 가운데 피해자 지원과 신변 보호 업무는 수만 건에 이른다.
서울 관악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 정경민(37) 경사는 지난 5일 가정폭력 피해자인 20대 여성의 오피스텔을 찾았다. 햇반과 컵라면, 우유, 과자 등 생필품을 건네고 부상과 가해자의 추가 연락 여부를 확인한 뒤 생계 상황을 살폈다. 여성일자리센터의 직업 상담을 권하고, 부모의 처벌을 걱정하는 피해자에게 사건 절차와 의사 표시가 미칠 영향을 설명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정 경사의 하루는 전날 접수된 사건을 검토하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스토킹과 성범죄뿐 아니라 형사·수사·교통 등 모든 수사부서의 신고에서 남편이나 남자친구 같은 단어를 검색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관계성 범죄를 찾아낸다. 피해자를 직접 만나 상담하고 경제·심리·법률 지원을 연결하며, 보복 위험이 있으면 안전조치도 맡는다. 하루 평균 3∼5명, 많게는 10명 이상을 상담했고 최근 3년 동안 해마다 280∼300건을 지원했다.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지원은 밤낮없이 이어진다. 피가 묻은 유품을 정리해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새벽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심리 상담과 지원 절차를 안내한다. 조사와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 가족을 차량으로 데려다주는 경우도 잦다. 지난해 8월 형제간 살인사건에서는 한 자녀를 잃고 다른 자녀가 가해자가 된 어머니를 지원했다. 정 경사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거쳐 2018년 경찰에 입직했고, 2024년 피해자전담경찰관이 됐다.
피해자전담경찰관은 2023년부터 259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피해자 지원은 2만8997건, 신변 보호는 3만5408건에 이르러 사건이 많은 일선 경찰서에서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관악처럼 스토킹 신고가 많고 디지털성범죄 피해자가 직장과 외출까지 포기하는 지역에서는 장기적인 회복 지원의 필요성도 크다. 정 경사는 피해자가 평범한 생활을 되찾아 더는 경찰을 찾지 않게 되는 순간을 업무의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