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엮은 유럽 성당 건축 1200년
핵심 요약
강한수 신부가 유럽 성당 건축 약 1200년을 다룬 3부작을 완성했다. 세 권은 로마네스크·고딕·르네상스의 변화를 ‘빛’이라는 중심 주제로 풀어냈다. 현장 답사와 건축·신학 연구를 결합했으며 바로크·로코코 후속 집필도 구상하고 있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장 강한수(63) 신부가 4년에 걸친 집필 끝에 ‘로마네스크 성당’, ‘고딕 성당’, ‘르네상스 성당’으로 이어지는 성당 건축사 3부작을 완성했다. 세 권은 805년 카롤루스 대제가 봉헌한 아헨 왕궁 부속 성당부터 17세기 초 완성된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까지 약 1200년의 변화를 다룬다. 해외여행에서 성당의 공간과 구조를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인문학적 안내서이기도 하다.
강 신부가 세 시대의 건축을 잇는 중심 정신으로 꼽은 것은 ‘빛’이다. 로마네스크는 ‘빛이 머무는 곳’, 고딕은 ‘거룩한 신비의 빛’, 르네상스는 ‘빛, 인간을 만나다’라는 관점에서 풀었다.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이동하며 벽이 얇아지고 창이 넓어진 과정, 높이 경쟁이 16세기 초 독일 쾰른 대성당의 152m 첨탑에서 마무리되는 흐름도 짚었다. 브루넬레스키와 브라만테,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판테온을 본보기로 성당에 새로운 질서를 구현한 과정도 담겼다.
건축과 신학을 함께 공부한 이력은 집필의 토대가 됐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중동 건설 현장에서 실무를 익힌 그는 서른 살에 신학교에 들어가 1998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로마 그레고리오대학에서 교의신학을 공부하고 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 초대 원장과 가톨릭대 강의를 맡았다. 2017년 안식년에는 로마 사피엔자대학 건축학과에서 고대·중세 건축사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자 없이 연필만으로 고대 건축물 평면도를 그리는 훈련은 성당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귀국 뒤 민락동성당 주임 신부로 부임한 그는 300평 대지에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을 지으며 성당 건축사를 연재했고, 그 글을 세 권으로 묶었다. 집필 과정에서는 서양사·건축사·미술사를 다시 공부하고 동창 신부들과 유럽 각지의 성당을 답사해 직접 사진을 촬영했다. 책은 프랑크왕국과 신성로마제국, 교황권과 황제권의 충돌, 로마와 아비뇽의 두 교황 시대를 건축 변화와 함께 엮었다. 르네상스 성당의 수평성은 신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한 시대정신으로 해석했으며, 여건이 허락하면 바로크와 로코코 성당 건축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