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빚은 협곡, 72개 폭포의 라우터브루넨
핵심 요약
라우터브루넨은 빙하가 만든 U자형 협곡과 72개 폭포가 어우러진 알프스 산악 마을이다. 슈타우바흐 폭포는 약 300m를 자유 낙하하고, 트뤼멜바흐 폭포는 산속에서 10개 물줄기를 드러낸다. 초원길과 설산, 별빛이 비치는 밤 풍경까지 계곡 자체가 여행의 중심을 이룬다.
스위스 베른주 베르너 오버란트의 라우터브루넨은 절벽과 폭포, 초원과 설산이 한 화면에 펼쳐지는 산악 마을이다. 인터라켄에서 남쪽으로 약 10㎞ 떨어져 융프라우요흐와 벵엔, 뮈렌으로 향하는 출발점 역할을 하지만, 72개의 폭포를 품은 계곡 자체만으로도 뚜렷한 목적지가 된다. 협곡 끝에서는 만년설을 인 알프스 봉우리들이 햇빛을 받아 빛난다.
마을 뒤편의 슈타우바흐 폭포는 약 300m 높이의 절벽에서 자유 낙하한다. 물줄기는 바람을 만나 안개처럼 흩어지고 햇빛 아래 은빛으로 반짝인다. 산속에 자리한 트뤼멜바흐 폭포는 아이거와 묀히, 융프라우의 빙하가 녹은 물이 암굴을 통과하며 형성됐다. 엘리베이터와 계단,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산 내부에 숨은 10개 폭포 줄기와 물기둥이 암벽에 부딪치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길이 약 15㎞인 U자형 계곡은 수만 년 전 알프스를 덮었던 빙하의 이동으로 만들어졌다. 빙하가 산을 깎고 암석을 밀어내면서 해발 800~900m 지대에 깊고 넓은 골짜기를 남겼고, 양옆에는 높이 300~500m의 절벽이 이어졌다. ‘많은 샘’ 또는 ‘울려 퍼지는 물소리’를 뜻하는 라우터브루넨의 이름도 이러한 지형과 맞닿아 있다. 슈타우바흐의 풍경은 괴테의 시 ‘물 위의 영혼의 노래’에 영감을 줬으며, 멘델스존과 J.R.R. 톨킨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계곡의 모습은 걸음을 늦출수록 세밀하게 드러난다. 라우터브루넨에서 슈테헬베르크까지 이어지는 평탄한 길에는 초록빛 목초지와 야생화, 풀을 뜯는 소가 어우러지고, 시선을 들면 절벽 위 폭포와 만년설 봉우리가 들어온다. 해가 진 뒤에는 인공조명이 적은 협곡 위로 별이 떠오르고, 마지막 빛을 머금은 설산 아래에서 빙하수가 흐르는 소리와 바람 소리가 고요한 밤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