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로 깨어난 무릉계곡, 폭포와 역사를 품다
핵심 요약
많은 비가 내린 무릉계곡에 계절형 폭포가 생기고 쌍폭포와 용추폭포의 수량도 크게 늘었다. 관음암과 삼화사, 피마름골에는 임진왜란과 의병 항쟁을 거친 역사가 남아 있다. 동해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산업 회복을 기대하면서 고용·전력·환경 문제도 마주하고 있다.
며칠 동안 이어진 많은 비가 강원 동해 무릉계곡의 여름 풍경을 바꿔 놓았다. 건너편 산에는 평소 다른 계절에는 보기 어려운 계절형 폭포가 여러 갈래로 생겼고, 쌍폭포와 용추폭포도 겨울의 얼어붙은 모습과 달리 거센 물줄기와 우렁찬 소리를 드러냈다. 관음암과 하늘문을 거쳐 용추폭포까지 걷는 길은 약 네 시간이 걸려 가벼운 산책보다는 등산에 가까웠다.
하늘문이 자리한 피마름골에서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계단을 올라야 한다. 숨을 고르며 가파른 길을 지나면 바위에 둘러싸인 문과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피마름골이라는 이름에는 임진왜란 당시 전사자들이 흘린 피가 골짜기를 적셨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여름에는 숲이 무성해 용추폭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의 사진을 담기 어렵지만, 풍부한 수량이 보여주는 물의 힘은 겨울과 뚜렷이 대비된다.
계곡 안의 관음암은 고려 선종 때 창건됐으나 임진왜란 중 소실됐다. 인근 삼화사는 신라 시대에 세워진 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영동 지역의 제향과 호국 사찰로 성장했고, 조선 시대에는 국가가 주관한 국행수륙재가 열렸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여러 차례 중건됐으며, 1907년에는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한 의병을 진압하려는 일본군의 방화로 대웅전과 선방 등 여러 전각이 사라졌다.
삼화사는 본래 무릉계곡 입구 단경골 부근의 현 쌍용 시멘트 광산 지역에 있었지만, 광산 개발로 1977년 지금의 자리로 전각을 옭겨 복원했다. 오늘날 등산객과 관광객이 찾는 평온한 계곡에는 전란과 의병 항쟁의 흔적이 겹겹이 남아 있다. 최근 동해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이 예정돼 산업단지와 지역의 새 활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한편, 완공 뒤 제한적일 수 있는 직접 고용과 전력 소비·환경 문제는 함께 살펴야 할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