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공급망 선점에 부품업계 투자 방식 변화
핵심 요약
AI 데이터센터 장기공급계약이 메모리에서 부품과 전력기기로 확대되고 있다. 빅테크는 물량과 생산능력을 선점하고 공급업체는 구매 약정을 기반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다. 장기계약은 투자 안정성을 높이지만 수요 변화에 따라 조건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활용되던 장기공급계약이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적층세라믹커패시터와 패키지기판, 테스트소켓, 전력기기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부품 부족에 따른 구축 지연을 막기 위해 수년 뒤 물량과 생산능력까지 선점하면서, 공급업체도 구매 약정을 확보한 뒤 설비투자에 나서는 수주형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장기계약 물량을 전체 메모리 생산능력의 60~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 곳과 계약 협상을 마쳤고 추가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고객과 2027년부터 2년 동안 1조5000억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AI 가속기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에 쓰이는 MLCC와 고사양 FC-BGA에서도 장기 공급 및 증설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계약 방식도 단순히 공급 기간을 늘리는 형태에서 최소 구매 물량, 가격 상·하한, 선수금, 의무 인수 조건 등을 함께 정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메모리와 기판, 전력설비 가운데 한 품목이라도 공급이 늦어지면 데이터센터 전체 구축 일정이 밀릴 수 있어 고객사는 필요한 생산능력을 사전에 확보하고, 공급사는 확약된 수요를 토대로 생산 규모와 투자 시점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중소 부품사와 전력기기 업체에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테스트소켓 업체 ISC는 고객사 선수금으로 AI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 장기계약 매출 비중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9년 생산능력은 500만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1조1000억원 규모의 장기계약을 확보해 AI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를 공급한다. 다만 AI 수요가 둔화하면 계약 물량이나 공급 기간, 가격 조건이 다시 조정될 수 있어 장기계약 전체를 확정 매출로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