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아르헨티나, 정상 충돌에 외교 격하
핵심 요약
브라질이 정상 간 거친 충돌 끝에 아르헨티나와의 외교 관계를 대사대리급으로 낮췄다. 상반된 정치 철학과 이력, 양국의 대선 일정이 룰라와 밀레이의 대립을 키우고 있다. 외교 갈등에도 300억달러 규모의 교역과 긴밀한 공급망 때문에 경제 협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이 지난 4일 아르헨티나와의 외교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사대리급으로 낮췄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일 TV 인터뷰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도둑이자 범죄자라고 공격한 데 따른 대응이다. 양국 관계가 이 수준으로 낮아진 것은 1983년 아르헨티나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밀레이는 지난달 브라질 야권 후보 유세에도 참석해 좌파를 겨냥한 거친 발언을 반복했다. 2023년 집권 전부터 룰라를 부패한 공산주의자로 규정했고, 룰라 역시 밀레이를 헛소리하는 인물이라고 맞받았다. 두 정상은 국제 행사에서 마주쳤지만 공식 양자 회담은 열지 않았다. 영토나 핵심 이익을 둘러싼 직접 충돌이 없는 데다 메르코수르를 함께 이끄는 양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외교적 대립은 이례적이다.
갈등의 바탕에는 상반된 정치 노선과 두 정상의 이력이 놓여 있다. 1945년 빈곤층 가정에서 태어나 구두닦이와 금속 노동자, 노조 지도자를 거친 룰라는 복지 확대와 국가의 적극적 역할, 글로벌 사우스 연대와 다자 외교를 중시한다. 1970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경제학자 출신 밀레이는 방송 논객을 거쳐 정치에 입문했으며 정부 축소와 시장 개혁을 추진한다. 외교적으로는 미국·이스라엘을 핵심 동맹으로 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밀착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 중간선거를 앞두고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선거 일정은 대립을 더욱 키우고 있다. 룰라는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4선에 도전하고, 밀레이는 내년 10월 재선을 노린다. 페루·콜롬비아·칠레에서 우파 정부가 잇따라 등장한 가운데 밀레이는 브라질 야권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를 지원하고 중남미 우파 정상회의도 추진하고 있다. 룰라의 580일 수감 전력은 판결 무효화로 정치 복귀가 가능해졌지만 계속 공격 소재가 되고 있다. 다만 연간 상품 교역액이 300억달러에 이르고 자동차·부품, 기계, 농축산물, 에너지 공급망이 촘촘히 연결돼 있어 정치 갈등이 경제 협력의 전면 중단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