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구금서 나온 자백 배제…반공법 유죄 뒤집혀
핵심 요약
불법 구금 중 작성된 자백의 증거능력이 부정돼 고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A씨는 1975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자녀의 재심 청구와 검찰의 항소 포기로 약 50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인천지법 형사18단독 나재영 판사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았던 고 A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과 검찰에서 한 자백이 영장 없는 구금 상태에서 이뤄져 증거로 쓸 수 없고,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적법하고 충분한 증거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무죄 판결은 확정됐다.
A씨의 구속영장은 1975년 8월 11일 발부됐지만, 그는 같은 달 5일부터 6일 사이 붙잡힌 뒤 약 6일 동안 영장 없이 구금됐다. 이 기간 경찰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됐고 검찰 조사도 영장 발부 불과 사흘 뒤 진행됐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자백을 위법하게 수집됐거나 자발성이 없는 증거로 봐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1938년생인 A씨는 37세이던 1975년 8월 5일 자정 무렵 경기 부천시의 한 구멍가게에서 주민 7명에게 박정희 대통령과 군 장성들을 죽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자신이 땅굴을 3년 팠으며 김일성이 승리해야 모두 잘살 수 있다는 말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북한의 선전 활동에 동조해 이롭게 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이었다.
A씨는 당시 서울형사지방법원 인천지원에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고 1976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자녀가 48년이 지난 2024년 재심을 청구하면서 사건은 다시 법정에 올랐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자기 이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한 A씨의 상태를 고려하면 불법 구금의 영향이 법정 자백까지 이어졌다고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나온 진술을 모두 배제했고, 재심 청구 약 2년 만이자 유죄 확정 약 50년 만에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