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모텔 감금 드러낸 원양어선 인신매매망
핵심 요약
부산 모텔에 감금됐다 탈출한 인도네시아 선원이 법 시행 후 첫 선원 인신매매 피해자로 지정됐다. 선원들은 여권을 빼앗긴 채 잠긴 객실에 수용됐고 탈출 과정에서 한 명이 숨졌다. 다단계 인력 위탁과 임금 공제, 이동 통제가 결합된 원양어선 노동착취 구조가 드러났다.
부산의 한 모텔 8층에서 담요를 엮은 줄을 타고 탈출하려다 다친 인도네시아 선원 ‘파자르’(가명·32)가 국내 인신매매 피해자로 공식 인정됐다. 2023년 인신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이 시행된 뒤 내·외국인을 통틀어 선원이 피해자로 지정된 첫 사례다. 함께 탈출하던 25세 남성은 건물 중간 지점에서 추락해 숨졌다.
파자르는 7월 20일 관광·통과 목적의 B-2 비자로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다른 선원 19명과 부산 사상구 모텔로 옮겨졌다. 룬다3호 선원 10명은 801호, 룬다5호 선원 10명은 802호에 배치됐고, 여권을 빼앗긴 채 오전 9시께 외부에서 잠긴 객실에 갇혔다. 경비업체 직원들은 두 객실과 승강기 사이를 지켰으며 문은 식사를 받을 때만 열렸다.
인도네시아 모집업체와 선사, 국내 대행업체, 경비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위탁 구조가 선원들의 이동과 숙박을 통제했다. 파자르는 출국 두 시간 전 월 500달러 조건의 2년 계약서에 서명했고, 소개비 790달러를 임금에서 분할 공제하기로 했다. 가족에게 전달될 생활비는 첫 6개월 동안 월 300∼410달러, 이후 450달러였고 나머지 50달러는 선상 개인 비용으로 배정됐다. 모집업체는 송금 비용의 담보로 그의 오토바이도 보관했다.
두 선박은 같은 선주가 보유한 중국 참치잡이 어선으로, 악천후 탓에 부산 입항이 늦어지면서 선원들이 모텔에 머물렀다. 2015년부터 원양어선을 탄 파자르는 과거에도 부산에서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같은 모텔에 갇힌 경험이 있었다. 정부가 최근 3년간 확인한 인신매매 피해자는 91명으로 외국인이 75명, 내국인이 16명이었다. 노동착취 피해가 64명으로 70%를 차지했고, 올해 확인된 피해자 34명 가운데 파자르를 포함한 21명이 노동착취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