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사소한 다툼 뒤에 숨은 ‘핵심 상처’
핵심 요약
사소한 집안일 갈등에는 어린 시절 형성된 핵심 상처가 작용할 수 있다. 한국계 입양인 킴 폴린더는 자신의 분리불안과 정체성의 외로움을 심리치료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어린 시절 만든 사랑과 생존의 공식이 성인 관계의 억울함과 원망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설거지와 진공청소, 재활용품 분리 배출, 화장실 청소처럼 사소한 집안일이 부부 갈등으로 번지는 배경에는 과거의 정서적 상처가 자리할 수 있다. 미국 심리치료사 킴 폴린더는 신간 ‘왜 우리는 싸우는가’에서 현재의 행동이 어린 시절 형성된 ‘핵심 상처’를 건드릴 때 억울함과 서운함이 커지고, 겉으로는 하찮아 보이는 문제도 다툼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핵심 상처는 특정 사건을 겪거나 정서적으로 무시·거절당한 경험에서 생긴 뒤 잠재된 정서적 상흔을 가리킨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비슷한 자극을 받으면 멍든 곳을 누르거나 아문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것처럼 고통이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집안일의 공평한 분담을 놓고 벌어지는 충돌도 단순히 일의 양만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 오래된 상처가 현재 상황에 겹쳐진 결과로 해석된다.
폴린더는 생후 5개월 때 한국의 한 시골길에 버려져 파출소와 아동 병원을 거친 뒤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성인이 된 후에는 변덕스러운 사람의 감정보다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컴퓨터가 편하다고 느껴 IT 엔지니어로 일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심리치료사로 전향했다. 그는 생모에게 버림받으며 생긴 분리불안과 금발·파란 눈의 가족 사이에서 검은 머리·검은 눈으로 느꼈던 외로움을 돌아보며 자신의 정서 구조를 분석했다.
양부모가 또 다른 한국인 여자아이를 입양했을 당시 울며 그 아이를 때린 행동도 훗날 자신이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을 미워한 감정을 상대에게 투사한 것으로 이해했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사람은 사랑받고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나쁜 수학 공식’을 만든다고 이론화했다. 특히 일곱 살 무렵까지의 경험이 젖은 점토에 새긴 무늬처럼 굳어지고, 이후 모든 상황에 그 공식을 적용하면서 집안일 같은 작은 문제에서도 불공정함과 원망을 느끼게 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