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중병 미고지, 혼인 파탄·취소 판단 기준은
핵심 요약
부모의 중병을 결혼 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상 이혼이 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질병 미고지로 부부의 신뢰가 무너져 혼인생활이 파탄됐다면 중대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 간병·부양·경제적 부담에 직접 영향을 줄 사정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면 혼인취소 가능성도 개별적으로 판단된다.
가수 별이 아버지를 간병하던 시기에 하하와 결혼을 결심한 사연을 공개하면서, 예비 배우자 부모의 건강 상태를 혼인 전에 알려야 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쟁점이 주목받고 있다. 배우자가 부모의 중병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재판상 이혼이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로 인해 부부의 신뢰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혼인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워졌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별은 데뷔 초 아버지가 의료사고로 쓰러진 뒤 집과 방송국, 교회만 오가며 지냈고 방송 활동에서도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하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별의 모습을 보며 결혼을 생각했다. 결혼을 앞두고 별의 아버지를 함께 병문안한 뒤에는 한동안 침묵하다 별의 본명인 고은을 부르며 “영광이다, 고은아”라고 말했고, 별은 이 장면을 결혼 결심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민법상 재판상 이혼 사유에는 배우자의 부정행위와 생사불명,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등이 규정돼 있다. 배우자 부모의 질병을 숨긴 행위는 그 자체로 명시된 이혼 사유가 아니다. 그러나 질병 미고지로 신뢰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훼손되고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면,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혼인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결혼 전 중요한 사실을 숨긴 문제는 이혼과 별도로 혼인취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민법은 사기나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취소를 허용하며, 적극적인 거짓말뿐 아니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사실을 침묵한 경우도 사기로 판단할 수 있다. 법원은 배우자 본인의 중대한 정신질환 병력을 숨긴 사례에서는 혼인취소를 인정했지만, 부모의 질병은 제3자의 건강정보이자 사생활이라는 점에서 구별한다. 다만 혼인 뒤 간병·부양이나 경제적 부담에 직접 영향을 줄 사정을 의도적으로 감췄다면, 혼인 결정에 미친 중요성과 상대방의 질문 여부, 사회통념상 고지 필요성 등을 종합해 취소 가능성을 따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