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에서 마주한 경계와 환대의 하루
핵심 요약
한여름 봉하마을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과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도식 당시 발생한 논란의 기억은 현장에서 경계심과 성급한 의심을 불러왔다. 정토원의 생수와 카페 직원이 나눈 김밥은 씁쓸한 기억과 대비되는 온기를 남겼다.
8월 첫째 주, 홀로 보낸 여름 휴가를 이용해 대구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봉하마을을 찾았다. 남밀양 나들목을 빠져나와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국도를 20여 분 달리자 무더위 속에서도 가득 찬 주차장과 마을을 둘러보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생가로 향하는 골목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야~ 기분 좋다”라는 문구를 담은 벽화가 남아 있었다. 벽화에 적힌 제작일은 2024년 4월 8일이었다.
사저 입구에는 퇴임 후 시민들의 “대통령님 나오세요”라는 외침을 듣고 직접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을 설명한 안내판이 서 있었고, 당시 영상도 반복해서 재생됐다. 묘역 인근에서는 2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조용히 고개를 숙여 참배한 뒤 자리를 떠났다. 방명록에는 여러 지역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의 기록이 이어졌으며, 그중 대구보다 훨씬 먼 경기도 고양시에서 왔다는 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경계심이 앞선 배경에는 지난 5월 23일 열린 노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 당시의 사건이 자리했다. 젊은 남녀가 동상 인근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상징으로 알려진 손가락 표시를 하며 사진을 찍어 논란을 일으켰다. 그 기억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청년 방문객들까지 먼저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묘역에서 예를 갖추는 모습을 본 뒤에는 안도감과 함께 성급한 의심에 대한 머쓱함도 남았다.
묘역을 나와 봉화산 등산로를 따라 정상 인근 정토원까지 올랐다. 여름 산길에서 땀을 흘리며 도착하자 직원은 냉장고의 시원한 생수를 자유롭게 가져가도 된다고 안내했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하산한 뒤에는 마을 카페에서 미숫가루와 붕어빵을 주문했고, 허기진 모습을 본 직원이 자신의 점심으로 마련한 김밥 두 조각을 나눴다. 동상 앞에서 되살아난 씁쓸함과 방명록 한 줄, 생수 한 병, 김밥에서 받은 온기는 봉하마을을 떠나는 순간까지 선명한 대비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