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트리지, 말러 가곡으로 전쟁과 상실을 묻다
핵심 요약
이안 보스트리지가 서울에서 말러의 전쟁과 상실을 담은 가곡을 노래한다. 윤한결과 세종솔로이스츠가 3년 만에 다시 보스트리지와 호흡을 맞춘다. 제9회 축제에는 예술가 44명이 참여하는 10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세계적인 테너이자 독일 가곡의 권위자인 이안 보스트리지(62)가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제9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그는 평화를 당연하게 여기기 쉬운 시대에도 전쟁이 낳는 끔찍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를 예술로 되짚는 작업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랑과 죽음, 전쟁을 다룬 구스타프 말러의 가곡집 ‘소년의 이상한 뿔피리’를 가장 아끼는 가곡으로 꼽았다.
보스트리지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윤한결이 이끄는 세종솔로이스츠와 공연한다. 독일 민요시집의 가사를 토대로 만든 ‘소년의 이상한 뿔피리’ 가운데 세 곡을 발췌해 부르고, 실연한 청년의 여정을 그린 연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도 선보인다. 세종솔로이스츠와는 2023년 벤저민 브리튼의 ‘일뤼미나시옹’ 이후 3년 만의 협업이다. 당시 서로의 소리를 세밀하게 들으며 새로운 해석을 찾았던 경험이 이번 재회의 바탕이 됐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 석사 과정을 밟고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노래하는 인문학자’로 불린다. 역사학과 음악을 모두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바라보며, 작품을 악보에 한정하지 않고 탄생 당시의 시대와 문화까지 함께 살핀다. 말러 가곡은 음악 활동 초기부터 이어온 핵심 레퍼토리다. 20대부터 불러온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에서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연상시키는 상실의 정서와 말러 특유의 진실하고 직접적인 언어를 읽어낸다.
30년 넘게 무대를 지킨 보스트리지는 60세를 넘긴 지금도 발전할 수 있다는 감각과 어려움을 풀 방법이 늘어난 점을 음악 활동의 기쁨으로 꼽았다. 뛰어난 선율과 비극적 아이러니, 거대한 감정의 폭과 섬세함이 공존한다는 점을 말러 음악의 힘으로 평가했다. 2017년 시작된 이 도심형 여름 음악축제는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을 뜻하며 전통 클래식과 동시대 창작곡을 함께 다룬다. 올해는 죄르지 쿠르탁 탄생 100주년 기념 무대와 피아니스트 이소연의 리사이틀 등 예술가 44명이 참여하는 10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