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포도밭 덮친 산불 연기, 와인 품질 '시한폭탄' 우려
핵심 요약
프랑스 남서부 대형 산불이 보르도 포도밭 인근까지 접근해 와인 생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연기 성분이 포도에 흡수되면 발효·숙성 과정에서 훈제향이나 재 냄새가 날 수 있어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 와인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에 산불 피해가 이중고로 작용할 전망이다.
프랑스 남서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포도 수확을 앞둔 보르도 와인 생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산불이 보르도 포도밭 인근까지 접근하면서 화염과 연기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불 발생 지역에서 약 10km 떨어진 유명 와이너리 샤토 말라르틱 라그라비에르의 세브린 보니는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산불은 약 일주일 전 지롱드 지역에서 시작된 뒤 강풍을 타고 확산했다. 최근 확산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곳곳에서 재발화가 이어지며 소방당국의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와인업계는 보르도 외곽까지 번진 불길보다 연기가 더 큰 위협이라고 보고 있다. 포도나무가 연기에 노출되면 포도 품질이 저하될 수 있고, 불에 탄 나무에서 나온 연기 성분이 포도껍질에 흡수되면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훈제향이나 재 냄새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포도·와인연구소(IFV)의 에리크 세라노 연구원은 처음에는 연기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발효나 숙성 과정에서 굴뚝 같은 냄새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일종의 시한폭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는 2020년 산불로 인한 연기 피해로 적지 않은 와이너리가 해당 연도 와인 출시를 포기한 바 있다. 로제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프로방스 지역에서는 이미 산불 피해가 발생했으며, 도멘 드 라 메르카딘은 전체 포도밭 18㏊ 가운데 14㏊가 불에 탔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 피해는 최근 와인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에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2023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지롱드 지역에서는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약 2만1천㏊의 포도밭이 철거됐고, 보르도 고급 와인 시장 가치는 최근 5년간 약 20% 하락했다. 연기 피해가 현실화되면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로 이어져 업계의 회복에 추가 타격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