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미이행자 취업 제한, 기본권 침해 논란 확산
핵심 요약
병역 미이행자의 취업과 자영업을 제한하는 병역법 제76조를 놓고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재 범위 축소와 유죄 확정 전 처분 유예를 제안하지만 병력 유지를 위해 존치해야 한다는 반론도 맞선다. 2023년 제기된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의 취업과 자영업을 제한하는 병역법 제76조를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 생계 활동을 막는 것은 근로의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병력 유지 및 군 복무자와의 형평성을 위해 필요한 제재라는 주장이 맞선다. 2023년 제기된 헌법소원은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병역 거부자 진모(29)씨는 병무청이 회사에 해고를 요청하면서 지난 5월 1년여간 근무한 가전 전문 대기업을 떠났다. 월수입은 200만원 중반대에서 아버지의 가스 안전 점검 업무와 아르바이트로 버는 60만원가량으로 줄었다. 2017년부터 약 6년간 재판을 거쳐 2022년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 인정돼 무죄를 받았지만, 대체역 입소가 4년 넘게 미뤄진 사이 교정시설에 한정된 복무 장소와 일률적인 합숙 방식에 문제를 느껴 지난 4월 대체역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현재는 관련 형사재판도 앞두고 있다.
취업 제한 조항은 5·16군사정변 이후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해 1962년 도입됐다. 이후 제재 대상 고용주의 범위가 확대되고 대체복무 이탈자도 제한 대상에 포함되는 등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2000년대부터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을 들어 개정을 권고했지만 국회의 입법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해고된 당사자들은 법정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저임금 일자리로 밀려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숙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과 노희범·임재성 변호사는 형사처벌과 별도로 사기업 취업까지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을 거듭 제약하고 평등권과 고용주의 권한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에 한정해 취업을 제한하거나 유죄 확정 때까지 처분을 미루는 방안도 제시됐다. 반면 차진아 고려대 교수와 정태호 경희대 교수는 대체복무제가 마련된 상황에서 병역 이행을 확보하려면 제재가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정 교수는 제한 조치 전에 정당한 사유를 소명할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3년 헌법소원은 청구 기간이 지나 각하된 만큼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이 첫 본안 판단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