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생존자들, 진실규명 신청서 제출
핵심 요약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생존자 9명이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하미 마을 135명, 푸억빈 마을 73명 희생 사건이 대상이다. 2기 위원회의 각하 결정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별도 법안 처리가 향후 쟁점이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무차별 사격으로 가족을 잃거나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은 베트인 피해자 9명이 12일 서울 중구 소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민변 베트남전쟁범죄진상규명 태스크포스와 한국베트남평화재단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신청 절차를 마쳤다. 신청인은 베트남에 거주하는 생존자 8명과 유족 1명으로,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과정에서 자행한 두 차례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신청서 7건은 1968년 다낭성 하미 마을에서 발생한 135명 사망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생존자 Truong Thi Thu(88), Nguyen Thi Hong(72), Nguyen Thi Thanh(69), Nguyen Thi Bon(64), Dang Thi Ca(61), Bui Thi Mai(59)와 유족 Nguyen Lap(75)이 신청했다. 나머지 2건은 1966년 11월 9일 꽝응아이성 푸억빈 마을에서 73명이 숨진 학살 사건의 생존자 Pham Thi Phuong(78)과 Vo Thi Liem(65)이 제출했다. 이번 신청은 지난 2월 3기 진실화해위가 출범한 이후 해외 민간인 피해 사건이 처음으로 접수된 사례다.
앞서 2기 위원회는 지난해 말 하미 사건 피해자 5명의 신청을 외국인이라는 이유와 사건 발생지가 한국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각하했다. 이에 불복한 행정소송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국가 차원의 조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사법적 해석보다 국회 차원의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7월 초 법원에 제출한 보충의견에서 하미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 필요성에 공감하고, 현행 법률 범위 내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2025년 10월 발의된 베트남전 참전 기간(1964~1973년) 한국군 인권침해 진상규명 법안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민간인 학살을 넘어 참전 군인의 내부 폭력, 부당 대우, 전쟁 트라우마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하는 별도의 진실화해위 설치를 골자로 한다. 진실화해위는 현재 100일 만에 4,716건의 신청을 접수했고, 이번 달에만 2,100건 이상의 조사가 개시되는 등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산과 인력 부족, 국방부의 기록 비공개 관행, 베트남 현지 조사의 어려움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