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민간 대기업 앞세워 성장 전략 전환
핵심 요약
베트남이 민간 대기업을 성장축으로 삼아 대형 인프라 사업의 문을 넓히고 있다. 빈스피드는 약 7조9000억원 규모의 하노이~꽝닌 고속철도 건설에 착수했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기업 육성을 추진하지만 높은 기업부채와 금융권 유동성 제약이 부담이다.
베트남이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 대기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는 산업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빈그룹 계열사 빈스피드는 지난 4월 약 56억달러, 한화 약 7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하노이~꽝닌 고속철도 공사에 착수했다. 약 120㎞ 노선이 완공되면 현재 2시간30분인 이동시간은 약 30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국유기업이 주도해 온 철도와 대형 인프라 시장에는 다른 민간기업도 뛰어들고 있다. 빈스피드는 추가 고속철도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빈그룹 계열사들은 하노이 도시철도 개발에도 나섰다. 자동차업체 쯔엉하이그룹은 총사업비 약 670억달러 규모의 남북 고속철도 입찰에 참여했다. 철강업체 호아팟그룹과 정보기술업체 FPT도 국가 차원의 대기업 육성 후보로 꼽힌다.
정책 전환의 토대는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이 2025년 5월 채택한 ‘결의 68-NQ/TW’다. 민간경제를 국가 경제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규정하고, 2030년까지 민간기업 200만개와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할 대기업 최소 20곳을 육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1980년대 도이머이 이후 민간기업이 성장했지만 경제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와 국유기업에 크게 의존했고, 일부 국유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부패 의혹도 정책 변화의 배경이 됐다.
베트남은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의 관세정책 등 통상 불확실성에 대응하면서 지난해 8% 성장에 이어 향후 5년간 연 10% 이상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목표로 잡았다. 정부는 2025년부터 올해 4월까지 관료주의와 규제 장벽을 줄이기 위해 법률 86건 이상과 시행령 300건을 마련했다. 다만 기업 부채비율이 동아시아 주요국 중 높은 수준이고 은행권의 유동성도 제약돼 있어, 민간 자본의 인프라·통신·부동산 진출 확대는 정책의 실행력과 금융 부담 관리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