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곳곳에 남은 독립운동 흔적, 안내는 없었다
핵심 요약
베이징동물원 창관루 일대는 1921년 무장독립단체들이 통합을 논의한 역사 현장이다. 이육사 순국지를 비롯한 여러 사적지에는 안내 표지가 없고 공식 목록 밖 장소도 남아 있다. 정부는 2028년까지 24개국 사적지를 전수 조사해 목록 확대와 보존 지원을 추진한다.
중국 베이징동물원 서쪽의 붉은 벽돌 건물 창관루와 주변 삼패자화원은 1921년 한국 독립운동가들이 무장투쟁 노선을 논의한 현장이다. 4월 17일 10개 무장독립단체 대표가 군사통일주비회를 열었고, 이틀 뒤 군사통일회의로 이름을 바꿔 6월 22일까지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현장에는 독립운동 관련 표지나 안내문이 없고 건물 내부는 동물원 역사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회의는 베이징에서 활동하던 박용만과 신숙 등이 주도했으며, 신채호와 이회영도 앞서 조직된 군사통일촉성회에 참여했다. 이육사가 1944년 1월 16일 숨진 옛 일본헌병대 감옥 터도 국가가 파악한 사적지이지만 별도 표지가 없다. 현재 군 관계자 주거시설로 쓰이는 데다 중국인이나 현지 기관이 소유한 사적지가 많아 내부 확인과 관리, 안내물 설치에 제약이 따른다.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는 24개국 1032곳이며 중국에 483곳이 있다. 독립기념관에 공개된 베이징 사적지는 이육사 순국지와 이회영·신채호 거주지 등을 포함해 26곳이다. 반면 민간 조사에서는 베이징에 약 100곳이 남은 것으로 추정됐다. 안창호와 여운형이 1920년 미국 의원단을 만나 지원을 요청한 옛 육국호텔과, 손정도 목사가 1911년 조선어 예배를 시작한 충원먼탕도 공식 목록 밖의 유력한 역사 현장으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중국을 비롯한 24개국의 사적지를 전수 조사한 뒤 전문가 검토와 현지 의견을 거쳐 목록을 확대할 계획이다. 확인된 장소에는 현지 정부와 협의해 표지물 설치와 시설 보수를 추진한다. 시안 한국광복군 제2지대 주둔지와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 조성, 타이항산 조선의용대 시설 보수 등의 사례가 있지만 베이징은 당국 규제와 협의 절차가 엄격하다. 중국 공관에는 보훈 전담 인력도 없어 지속적인 현장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