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 확인된 대한제국 외교공관 4곳
핵심 요약
베를린에서 주독 대한제국 공사관이 있었던 주소 4곳이 처음 확인됐다. 레겐스부르거 거리의 한 건물은 1900년대 초 외관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10월 국제 학술대회에서 조사 성과를 공개하고 후속 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한제국이 1900년대 초 독일 베를린에서 운영한 외교공관의 위치가 처음 확인됐다. 서영희 한국공학대 교수가 이끄는 근대 기록 연구팀과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진은 당시 공공 주소록과 외교·거래 문서를 대조해 주독 대한제국 공사관이 자리했던 주소 4곳을 찾아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기고 공관이 강제로 철수된 뒤 약 120년 동안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공간이다.
확인된 주소 가운데 3곳에서는 당시 건물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지만, 레겐스부르거 거리의 1곳에는 옛 건물로 보이는 구조물이 남아 있다. 인접 건물에 표시된 준공 연도는 1902년으로, 해당 건물도 원형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독일 외무부 정치문서보관소에 보관된 대한제국 외교 문서와 공사관 거래 자료를 활용해 주소를 검증했으며, 1900년대 초 사진과 베를린 지적도, 건물 내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고종은 1896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민영환을 중심으로 사절단을 보낸 뒤 주요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맡을 인력을 두는 데 힘을 기울였다. 앞서 1887년 박정양을 미국 특명전권공사로 파견했고, 대한제국 선포 이후에는 민철훈을 독일과 오스트리아 공사로 임명했다. 미국 워싱턴을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등에도 상주 공관이 운영됐지만, 유럽에서는 이한응 열사가 근무했던 주영 공사관 외에 실체가 분명하게 확인된 사례가 드물었다.
해외에 설치됐던 공사관 가운데 일본과 중국의 건물은 철거됐고, 영국·프랑스·러시아 공관은 외관이 남았으나 주택이나 상가, 아파트로 사용돼 접근이 쉽지 않다. 정부가 매입해 역사 전시관으로 활용하는 곳은 주미 공사관뿐이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성과를 10월 16∼17일 서울대 교수회관과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대회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국립고궁박물관도 대한제국 외교를 다룬 연구총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