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보다 높은 낙인의 벽…정신질환 치료까지 흔든다
핵심 요약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여러 통계에서 비정신질환자보다 낮게 확인됐다. 강력사건과 정신과 진료 이력을 연결하는 인식은 당사자의 증상과 치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은 질환을 범죄 원인이나 동기로 다룰 때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정신질환을 강력범죄의 원인처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당사자의 증상 악화와 치료·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실제 통계에서는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비정신질환자보다 낮게 나타났지만, 흉악 사건 가해자의 진료 이력이 부각될 때마다 질환과 범죄를 연결하는 편견이 반복되고 있다.
2022년 정신질환 범죄자는 9875명으로 전체 범죄자의 0.7%였고, 강력범죄에서 차지한 비율도 2.2%에 머물렀다. 2019년 경찰청 범죄 통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전체 범죄율이 일반인의 약 5분의 1로 조사됐다. 2016년 자료에서도 비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1.4%, 정신장애인은 0.1%였다.
2023년 성남 서현역 흉기 난동과 2025년 대전 초등학생 피살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과거 정신과 진료나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급성기에 비현실적인 생각이나 충동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있지만,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 자체가 특정 범죄를 일으키는 요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질환을 범행 원인으로 단정하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당사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건강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3년 정신질환자 및 가족 실태조사에서는 정신질환자 1078명 가운데 20.2%가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었다. 그 원인은 건강 문제 53.7%, 고독·외로움 39.4%, 빈곤 34.4% 순이었다. 사회적 낙인은 환자 스스로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가족과 의료진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쳐 적절한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도 정신질환을 범죄 동기나 원인과 연결할 때 극도로 신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은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나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