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총리, 영국 비례대표제 전환 시험대
핵심 요약
앤디 버넘 총리가 하원 소선거구제를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는 과제와 마주했다. 노동당과 주요 노동조합에서는 비례대표제 도입을 지지하는 흐름이 확대됐다. 영국개혁당의 약진으로 다음 총선까지 남은 2년이 개혁의 분수령이 됐다.
앤디 버넘 전 맨체스터 시장이 7월 17일 영국의 새 총리에 올랐다. 키어 스타머 전 총리의 국정 운영 실패와 극우정당의 급성장으로 노동당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당의 위기를 수습할 인물로 선택됐다. 버넘은 보수당과 노동당 중심의 정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하원 소선거구제를 비례대표제로 바꾸자고 주장해온 첫 영국 총리다.
버넘은 지역 단위의 선거제도 변화를 직접 경험하며 성장했다. 2017년 시작된 맨체스터 시장 직선제에는 런던 시장 선거에서 먼저 시행된 즉석 결선투표제가 적용됐다. 유권자는 한 명만 고르던 방식에서 벗어나 1순위와 2순위 후보를 함께 선택했고, 버넘은 이 제도를 통해 투표자 과반의 지지를 확보한 첫 맨체스터 시장으로 선출됐다.
영국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1980년대 대처 정부 시절부터 이어졌다. 과반에 못 미치는 득표로 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커졌지만 두 거대 정당의 반대와 무관심이 하원 개혁을 막았다. 다만 1990년대 말 출범한 스코틀랜드·웨일스 의회와 런던 시의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다. 노동당 내부에서도 지지가 확대돼 유나이트와 유니슨이 찬성 입장을 정했고, 2022년 당 대회에서는 하원 비례대표제 도입 결의안이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
개혁의 시급성을 높인 변수는 영국개혁당의 약진이다. 최근 다수 여론조사에서 이 정당은 보수당 지지층과 일부 노동당 실망층을 흡수해 지지율 1위에 올랐다. 득표율이 약 30%에 그쳐도 소선거구제 아래에서는 과반 의석을 확보해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 총선까지 남은 2년 동안 버넘 정부는 사회 개혁으로 민심을 되찾거나,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다당 구도를 만드는 과제 가운데 적어도 하나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