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영국인’ 잣대, 왕실까지 번진 정체성 논쟁
핵심 요약
루퍼트 로 영국복원당 대표가 2063년 백인 영국인이 소수가 된다고 주장했다. 외국 태생 부친을 둔 찰스 3세의 분류를 묻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피했다. 유명 영국인들의 다양한 출생·가족 배경이 분류 기준의 일관성 논쟁으로 이어졌다.
영국의 신생 극우 정당 영국복원당을 이끄는 루퍼트 로 대표가 ‘백인 영국인’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에 휩싸였다. 그는 7일 현 추세가 이어지면 2063년까지 백인 영국인이 소수 인종이 된다며 영국이 이슬람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모 가운데 한 명이 외국에서 태어난 찰스 3세 국왕을 백인 영국인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로 대표가 근거로 든 매트 굿윈 버킹엄대 선임연구원의 지난해 보고서에는 2063년까지 백인 영국인이 소수 집단이 되고, 2079년까지 외국 태생 주민과 그 직계 후손이 다수 집단을 이룬다는 전망이 담겼다. 굿윈 연구원은 영국 통계청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조사는 응답자의 자가 인식을 토대로 백인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인, 백인 아일랜드인, 기타 백인 등을 구분한다.
찰스 3세의 부친 필립공은 그리스 코르푸의 왕족으로 태어나 ‘그리스와 덴마크의 왕자’라는 호칭을 지녔다. 그는 영국 왕위 계승 1순위 공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와 1947년 결혼한 뒤 영국에 귀화했다. 로 대표가 이런 가족 배경을 지닌 찰스 3세를 백인 영국인이라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서, 혈통과 출생지를 기준으로 영국인의 정체성을 나누는 방식 자체가 논쟁의 중심에 섰다.
같은 기준을 넓게 적용하면 영국을 대표해 온 여러 인물도 분류에서 제외될 수 있다. 윈스턴 처칠의 어머니는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뉴욕에서 태어났고, 조지 오웰은 영국인 부모를 뒀지만 출생지는 인도였다. 축구선수 해리 케인의 아버지는 영국으로 이주한 아일랜드인이며 빅토리아 여왕의 어머니는 독일인이었다. 영국인 부모의 자녀인 JRR 톨킨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로 대표가 제시한 잣대의 일관성과 적용 범위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