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정책 흔든 진영 갈등, 미국 감염병 방어 균열
핵심 요약
미국이 신생아 B형 간염 접종 권고를 폐기하고 어린이 권장 예방접종 대상 질환을 17개에서 11개로 줄였다. 백신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과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홍역 확진자는 3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진영 대립으로 주별 정책 차이가 벌어지며 시민 건강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국가 백신 정책이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구호 아래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신생아 B형 간염 접종 권고가 폐기되고 어린이 권장 예방접종 대상 질환도 17개에서 11개로 줄었다. 백신으로 막을 수 있었던 감염병이 다시 확산하는 가운데 홍역 확진자는 3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해 시민 건강권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생후 24시간 이내 1차 접종을 시작해 6개월 안에 3차까지 맞도록 했던 신생아 B형 간염 백신 권고를 없앴다. 미국의 45개 의료 전문가·환자 단체는 백신 불신을 키울 수 있다며 반발했다. 위원 과반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했다. A·B형 간염과 뎅기열, 수막구균성 질환은 특정 고위험군에만, 로타바이러스·코로나19·인플루엔자는 의사가 판단할 때만 권장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정책 변화 전인 지난해 8월 수전 모나레즈 당시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은 백신 정책 변경 압박에 저항한 뒤 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케네디 장관에게 아동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규명하고 권장 접종 대상을 줄이는 작업을 서두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세계보건기구가 정리한 결론은 아동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강력하고 폭넓은 증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같은 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공화당 의원들의 질문에 수정헌법 5조를 근거로 111차례 진술을 거부했다. 청문회에서는 코로나19 중국 기원설과 과잉 방역, 백신 불신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됐다. 백신 정책은 공화당과 민주당 우세 지역별로 달라지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진영 대결 속에서 의학적 판단과 국민 안전이 정치 논리에 밀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