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 『혼모노』에서 마주한 연기와 믿음의 경계
핵심 요약
배우 여섯 명이 성해나의 『혼모노』를 읽고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기준을 토론했다. 『스무드』와 『구의 집』은 타인을 판단하는 시선과 인정 욕구가 만든 비극을 돌아보게 했다. 표제작 『혼모노』는 흉내를 넘어 진심을 찾아야 하는 배우의 고민과 맞닿았다.
배우 이연신·최선한·서구슬·정다은·김혜진·차유진은 2026년 7월 23일 독서모임에서 이연신이 선정한 성해나의 소설집 『혼모노』를 읽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기준을 논의했다. 인물의 결핍과 복잡한 내면이 선명한 작품들은 배우들에게 배역을 상상하게 했고, 특히 표제작은 연기와 삶에서 붙잡고 있는 진실을 돌아보게 하며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를 읽은 이연신은 영화감독 김곤이 실존 인물처럼 생생해 직접 검색했고, 우상을 향한 애정이 맹목으로 바뀌는 지점에 주목했다. 『스무드』에서는 한국에 낯선 편견을 지닌 재미교포 2세 듀이와 광화문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만남이 화제가 됐다. 휴대전화 충전과 떡, 핫팩을 건넨 이들의 친절은 최선한에게 집단을 단일한 이미지로 판단해 온 시선을 되돌아보게 했고, 김혜진은 작은 호의만으로 상대를 좋은 사람이라 믿는 듀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표제작 『혼모노』의 무당은 신이 떠난 뒤에도 오랜 명성과 과거의 영광을 놓지 못한 채 믿음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린다. 서구슬은 30년간 한자리를 지켰다면 물러날 때도 알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내놓았다. 배우들은 작품 속 ‘흉내만 내는 놈’이라는 표현을 연기에 대한 뼈아픈 경고로 받아들였다. 점수로 나눌 수 없는 연기에서 중요한 것은 겉모습의 재현이 아니라 인물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자신의 연기 안에 진심이 있는지를 가려내는 일이었다.
『구의 집』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모티브로 한 갈월동 98번지를 무대로 국가권력이 폭력을 설계하는 과정을 그렸다. 스승 여재화는 책임을 제자 구보승에게 떠넘겼고, 인정받고 싶었던 구보승은 하루 10분만 빛이 드는 좁은 수직창까지 고문의 장치로 합리화했다. 정다은은 밝은 자신의 모습마저 타인의 기대가 만든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스스로 붙잡은 것이 진짜인지 질문했다. 다음 선정 도서는 정다은이 고른 이제니의 시집 『그리하여 흘려쓴 것들』로, 배우들은 함께 완독하며 새로운 연기의 언어를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