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족과 정체성을 묻다
핵심 요약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이 10월 2일부터 25일까지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공연된다. 스무 살 은빈과 오빠의 갈등을 통해 퀴어 정체성, 가족, 독립의 문제를 다룬다. 네 배우가 여러 인물을 오가는 놀이 형식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이 10월 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 무대에 오른다. 가족이라는 익숙한 관계 안에서 퀴어 정체성과 독립, 사랑과 이해가 충돌하는 순간을 다룬 작품이다. 마포문화재단 상주단체인 연극창작집단 공놀이클럽의 대표작으로,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받았다.
이야기는 재개발을 앞둔 2010년 서울 은평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펼쳐진다.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가족에게서 벗어나려는 스무 살 재수생 은빈은 자신의 독립 계획을 지키기 위해 오빠의 커밍아웃을 막으려 한다. 두 사람의 선택이 맞부딪치는 과정은 가족 구성원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고, 독립을 향한 행동과 타인의 정체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제를 함께 제기한다.
공연은 퀴어와 가족, 세대 및 젠더 사이의 단절처럼 무게감 있는 소재를 유쾌한 놀이 형식으로 풀어낸다. 김솔지, 박은경, 류세일, 남재국 등 네 배우는 한 가지 배역에 고정되지 않은 채 여러 인물로 계속 이동한다. 배우가 인물과 관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성은 관객이 서로 다른 등장인물의 입장과 마음을 직접 상상하도록 이끈다.
강훈구 연출은 세대와 젠더를 둘러싼 대립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서로의 자리를 연극적으로 바꿔보는 과정을 통해 이해의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이에 따라 작품은 은빈과 오빠의 갈등을 한쪽의 시선으로 단정하지 않고, 가족 안에서 사랑과 독립이 어떤 방식으로 충돌하는지를 여러 인물의 자리에서 살핀다. 공연은 25일까지 이어지며 관계의 경계와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을 관객에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