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꽃길 따라 만나는 가실성당과 육신사
핵심 요약
칠곡 가실성당과 달성 육신사에서 한여름 배롱꽃이 절정을 맞았다. 가실성당은 전쟁의 흔적과 드라마 촬영 배경을, 육신사는 사육신의 절의와 후손의 역사를 품고 있다. 만개한 배롱꽃은 두 역사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한여름 배롱꽃이 절정을 맞은 지난 5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가실성당과 대구 달성군 육신사에는 붉은 꽃과 역사적 공간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졌다. 다른 꽃들이 잠시 자취를 감추는 시기에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피어난 배롱꽃은 두 장소의 건축물과 추모 공간을 한층 선명하게 드러냈다.
1895년 파이야스 신부가 설립한 가실성당은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경북 유형문화유산 제348호에 지정돼 있다.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낙산 언덕에 자리한 이 성당은 6·25전쟁 때 남북 양측의 야전병원으로 쓰이면서 낙동강 전투의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빨간 벽돌 건물과 배롱꽃이 빚어낸 색채는 고택 주변에서 보던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실성당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얻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성당에서 가까운 육신사에는 단종 복위를 꾀하다 목숨을 잃은 사육신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멸문지화를 겪은 사육신 가운데 유일하게 직계 후손이 살아남은 박팽년의 손자 박일산이 이곳에 정착했고, 이후 후손들이 사당을 세웠다.
육신사로 이어지는 길에는 배롱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꽃은 거의 만개한 상태였다. 사육신 기념관에는 여섯 인물의 기록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키려 했던 기개와 지조가 상세히 담겨 있다. 단종 복위 운동과 사육신의 죽음을 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한 뒤 이곳을 찾는 발길도 늘었다. 붉은 배롱꽃은 성당의 전쟁사와 육신사의 절의를 함께 돌아보게 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