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찰리와 아르고스, 놀런의 새 서사를 잇다
핵심 요약
놀런의 ‘오디세이’에는 주인을 20년간 기다린 사냥개 아르고스의 이야기가 담겼다. 반려견 찰리와 함께한 경험은 작품 준비와 각본 가제에 영향을 미쳤다. 아르고스의 재회는 고대 서사에 나타난 인간과 동물의 유대를 드러낸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8월 5일 개봉한다.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그린 이 작품에는 20년 만에 돌아온 주인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사냥개 아르고스의 이야기가 원작대로 담겼다. 놀런은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제작 준비에 영향을 줬다며 작품을 ‘궁극의 강아지 영화’로 표현했다.
놀런은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한 뒤 처음으로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입양해 ‘찰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잦은 여행 탓에 이전에는 자녀들이 원하던 개를 키우기 어려웠지만, 반려인이 된 경험은 영화 속 개와 인간의 관계를 구현하는 바탕이 됐다. 제작 기간에는 각본의 가제로 반려견 이름을 딴 ‘찰리 이야기’도 사용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향하는 10년의 여정을 전쟁 트라우마와 가부장적 폭력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방식으로 풀었다. 초반에는 하인 에우마이오스와 오디세우스가 사냥개를 선발하며 새끼 개를 절벽 아래로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에우마이오스 역의 존 레귀자모는 관객의 미움을 살 인물이 될까 걱정했고, 놀런은 고대 세계의 거칠고 잔혹한 면을 즉각 드러내려고 제작 초기부터 이 장면을 구상했다.
후반부에는 20살이 넘은 아르고스가 거름 더미 위에서 죽어가면서도 걸인으로 변장한 옛 주인을 알아보고 꼬리를 흔든 뒤 숨을 거두는 재회가 펼쳐진다. 아르고스 역은 고대 지중해 연안에서 길러진 사냥개 계통의 포르투갈 포덴고가 맡았다. 수잔나 필리포 뉴캐슬대 강사는 키클롭스의 양, 페넬로페의 거위,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슬퍼한 아킬레우스의 말들을 함께 짚으며 고대 서사에 깊은 인간·동물 관계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아르고스의 충성심은 혼란과 쇠퇴 속에서도 오디세우스의 가치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