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전력 공급, 대용량 송전축 구축이 관건
핵심 요약
반도체 산업단지의 조기 가동은 공장 건설과 함께 대규모 송전망 확보에 달렸다. 발전설비 증가에 비해 송전선로 확충은 더뎠고 주요 사업은 주민 협의와 인허가로 지연됐다. 전담 갈등조정 조직과 보상 기준, 지중화 확대, 국가 재정 및 수혜 기업의 비용 분담이 과제로 제시됐다.
호남권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조기 가동 여부가 생산시설 건설보다 송전망 확충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정부가 인허가 절차를 줄여 공장을 먼저 완공하더라도 발전소 전력을 산업단지로 운반할 선로가 제때 연결되지 않으면 가동할 수 없다. 반도체 산단에 필요한 전력은 2000만 kW지만 핵심 송전망의 세부 노선과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호남 반도체 공장을 2029년이나 2030년에 완공하는 것도 늦다고 보고, 3년 이내 1차 완공을 추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호남은 핵심 송전선로의 경로와 공사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용인도 동해안과 중부권의 전력을 공급받을 장거리 송전망이 필요하다. 2035년까지 계획된 AI 데이터센터 용량 1840만 kW까지 고려하면 시점과 실사용량의 차이는 있지만 최대 3840만 kW 규모의 수요가 이어질 수 있다.
전력 생산시설과 송전선로의 확충 속도 차이도 뚜렷하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발전설비가 22.1% 늘어난 반면 송전선로 증가율은 4.4%에 머물렀고, 전국 순증량은 1519C-km였다. 경북 울진에서 경기 하남까지 최대 800만 kW를 보내는 동해안∼동서울 초고압직류송전망은 약 560C-km로, 최근 5년간 전국 순증량의 37%에 해당한다. 이 사업은 주민 협의와 인허가 문제로 준공이 당초 계획보다 7년 이상 늦어졌다.
적기 공급을 위해서는 기존 선로 증설과 함께 여러 대용량 송전축을 동시에 구축하고 주민 수용성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정부가 주민 협의와 갈등 조정을 맡을 조직과 명확한 보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상 선로보다 공사비가 약 5배 드는 지중화도 보상·소송·공사 중단에 따르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대안으로 제시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송전망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다뤄 국비를 투입하고 수혜 기업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