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육성 속 노동 안전 대책은 빠졌다
핵심 요약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반도체·AI 산업의 노동자 안전 대책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올해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에서 누출 사고가 이어졌고, 정부 점검에서는 반도체 사업장 27곳에서 위반 338건이 적발됐다. AI 도입과 메가특구 규제 완화에 앞서 노동자의 안전·건강 영향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을 키우려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가운데,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다룰 대책은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기업 활동의 걸림돌을 없애고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반도체 사업장의 위험과 AI 도입이 일터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올해 6월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에서는 두 차례 누출 사고가 났다. 6월 1일 불화수소 가스 누출로 11명이 치료받고 3,600여 명이 대피했으며, 10일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 누출로 2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6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반도체 사업장 27곳을 점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338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219건은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외 26곳에서 확인됐다.
반도체 노동자와 공장 주변 주민들은 오랫동안 화학물질 정보 공개와 건강 피해 조사를 요구해 왔다. 한국에서도 반올림과 노동자·시민의 활동을 통해 반도체 제조에 유독성 화학물질이 쓰이고 혈액암 같은 희소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알려졌다. AI 도입 역시 업무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콜센터에서는 AI 상담으로 더 까다로운 상담을 맡거나 목소리 등록 업무가 추가될 수 있고,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안전장비는 노동 통제와 사생활 침해 우려를 낳는다.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 기조와 노동 규제 완화 구상도 쟁점이다. 건설공사 발주자는 안전을 고려해 적정한 비용과 공사 기간을 설정해야 하며, 메가특구법에는 주 52시간 상한 예외와 파견·기간제 확대 방안이 거론된다. 2024년 아리셀 화재 참사에서는 불법 파견이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술 도입을 결정하기 전 노동자의 안전·건강 영향을 검토하고 협의하는 절차, 위험을 줄이는 연구와 대책이 산업 육성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