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쏠림 심화…제조 AI로 성장축 넓혀야
핵심 요약
한국 수출과 증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확대됐다. 중국의 제조업 추격과 국내 전력·용수·규제 부담이 산업 기반을 흔들고 있다. 숙련된 제조 현장을 활용한 제조 AI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제시된다.
한국 경제의 수출과 증시가 반도체에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10년 전 12%대에서 2024년 21%로 높아졌고, 올해 6월에는 44%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도 코스피 전체의 55%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수출 실적과 주가뿐 아니라 국민 노후 자금까지 반도체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가 된 셈이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이 역대급 이익을 내면서 1인당 수억원의 성과급과 국민 배당금이 등장했지만, 반도체 고점론과 중국의 추격 우려가 불거지자 코스피는 급락했다. 개인 투자자의 절반이 반도체 종목에 쏠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업들은 호남 지역 투자에 전력·용수·정주 여건 확보라는 조건을 달았으나, 정부는 이른바 ‘호남 반도체’를 사실상 확정된 사업처럼 추진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석유화학이 경기 변동을 번갈아 보완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조선·철강·디스플레이·이차전지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동안 국내 제조 기반은 전력 정책 변화와 환경 규제, 예외 없는 주 52시간제, 송배전망 건설 지연 등의 부담을 안았다.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부족도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성장 전략을 범용언어모델과 반도체에 한정하지 않고 제조 AI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자동차·철강·조선·배터리·방산 현장에서 축적된 숙련공의 작업 동작은 로봇 학습에 필요한 ‘모션 토큰’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정부가 영광 한빛과 울주 새울 부지의 원전 증설을 검토하고 댐을 반도체 용수원으로 다시 살피는 움직임은 기반 시설 확충과 맞닿아 있다. 향후 5~10년 동안 제조 경쟁력을 지키려면 전력·용수·노동·환경 정책을 산업 여건과 함께 조정하는 과제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