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쏠린 퇴직연금, 급락장서 손실 확대
핵심 요약
국내 반도체 ETF에 집중된 DC형 퇴직연금이 증시 급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2분기 553조 원으로 늘었고 DC형은 14% 증가했다. 특정 종목 쏠림을 줄이고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비중을 조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증시 상승기에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전환해 국내 반도체 상품에 집중 투자한 가입자들이 최근 급락장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올해 초 DC형으로 바꾼 30대 직장인 A씨는 퇴직연금 7천여만 원의 약 7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국내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했다가 지난달 고점 대비 평가액이 2천만 원가량 감소했다.
비슷한 손실 사례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퇴직연금 계좌로 반도체 종목과 관련 ETF를 매수한 뒤 평가액이 크게 줄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의 연금 계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5개가 국내 반도체 관련 ETF였다. 특정 업종과 일부 대형 종목에 퇴직연금 자금이 집중된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채권을 함께 담은 혼합형 ETF였다. 이 상품의 지난달 수익률은 마이너스 12.9%를 기록했고, 순매수 상위권의 다른 반도체 관련 ETF들도 두 자릿수 손실을 냈다. 국내 반도체 ETF의 구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나치게 몰려 있어 변동성이 커질 때 분산 투자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처음 500조 원을 넘어선 뒤 올해 2분기 553조 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DB형)의 증가율은 1%에 그쳤지만,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은 14% 증가했다. 증시 활황기에 직접 투자로 전환한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은퇴 시점이 정해진 노후 자금인 만큼 생애 초기에는 수익성 자산을 담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