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속도전 외치고 근로시간 결론 미룬 대통령실
핵심 요약
정부가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을 강조하면서도 주 52시간제 특례에는 결론을 미루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 공장은 정부와 지방정부의 전방위 지원 속에 발표부터 양산까지 3년 2개월이 걸렸다. 부처 간 공개 충돌이 이어지면서 대통령실의 정책 조정 책임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대형 국책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내세우면서도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월요일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두 번째 점검회의에서 단순한 속도를 넘어선 ‘전격전’을 주문하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일본 구마모토 공장만큼 빠르거나 그보다 신속하게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교 대상으로 제시된 TSMC 구마모토 공장은 2021년 10월 건설 발표 이후 2024년 12월 양산까지 3년 2개월이 걸렸고, 실제 공사 기간은 22개월이었다. 농지를 산업용지로 전환하는 절차는 4개월 만에 마무리됐으며 현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집중 공사가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건설비의 절반을 지원하고 지방정부와 함께 토지 확보, 인허가, 환경영향평가를 앞당기는 한편 용수와 도로 확보도 지원했다.
대통령실은 구마모토 사례를 본보기로 삼겠다는 정부 방침과 달리 주 52시간제 예외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근로시간 문제가 메가프로젝트의 성패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며 숙의와 노동계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하루 전에는 대통령실이 지시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만과 일본이 유연한 근로제도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사업 추진 속도와 노동 규제 사이의 정책 조율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화요일 국무회의에서 메가특구법의 주 52시간제 특례를 둘러싼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충돌을 ‘민주적 과정’으로 평가했다. 민주노총 출신 노동부 장관과 기업 임원 출신 산업부 장관을 기용한 취지도 이런 논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할 정책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노란봉투법상 허용되는 노동쟁의 범위를 명확히 하라는 지시가 법적 강제력 없는 해석 지침 강화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