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독식에 '네덜란드병' 우려…한은, 경제 전반 위험 경고
핵심 요약
올해 1분기 GDI 증가율이 GDP를 크게 웃돌며 66년 만에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반도체 독식으로 인한 '네덜란드병' 우려가 제기되며, 한은은 경제 전반의 변동성 확대를 경고했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특정 부문에 집중되고 재정·금융 불균형 위험이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의 실질 소득 증가율이 66년 만에 최대 폭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웃돌았지만, 반도체 한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네덜란드병'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반의 고른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해 GDP 증가율(3.8%)을 크게 웃돌았다. GDP와 GDI 간 성장률 격차는 9.4%포인트로 1960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다. 이번 호황은 과거와 달리 AI 수요 폭발로 반도체 가격이 92.5% 급등하는 '수출물가 상승'이 주도했으며, 기업들이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해 즉각 투자에 나서는 특징을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본 지출은 지난해 75조원에서 올해 120조원, 내년 15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그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생산 중 IT 제조업 비중은 올해 1분기 51%로 치솟았지만, 전체 고용에서 IT 제조업 종사자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호황의 과실이 특정 부문에 집중되면서 가계 구매력 확산이 어렵고,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도 고소득층에 편중돼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적이다. 또한 반도체 제조 장비의 약 6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투자의 내수 파급 효과도 미지수다.
한은은 특정 산업으로 돈과 인력이 과도하게 몰려 다른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네덜란드병' 가능성을 경고했다. 재정 측면에서도 반도체 수출과 국세 수입 증가율의 상관관계가 높아져 세수 변동 폭이 커질 우려가 있다. 한은은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으로 확산되도록 산업 생태계 연결 고리를 강화하고, 높은 IT 의존도로 인한 경기·재정·금융 변동성 확대 위험을 유념한 중장기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