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흔드는 ‘내 편의 예외’
핵심 요약
비상계엄 사태 직후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14%가 계엄을 지지했다. 네 차례 패널조사는 정치적 반대 진영에서 권력 집중을 용인하는 태도가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민주주의의 안정에는 진영과 무관하게 견제와 책임의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일이 필요하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는 국회의 신속한 해제 요구와 시민들의 저항으로 중단됐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얼마나 단단한지 되묻게 했다. 사태 직후 실시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14%가 계엄을 지지했다. 위기를 넘긴 사실만으로 민주주의가 안정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계엄 선포 전후의 여론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과 집권당을 강하게 지지하고 야당을 강하게 반대하는 유권자일수록 계엄을 옹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민주주의 원칙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 세력의 권력 유지와 성과를 우선할 때, 반민주적 조치까지 받아들이는 태도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정치학회와 함께 2025년 5월 1차 조사를 시작해 같은 해 9월과 12월, 2026년 5월까지 동일 응답자를 추적했다. 첫 조사 참여자는 2775명이었고 네 차례 조사에 모두 응한 패널은 1701명이었다. 조사에서는 정당 지지뿐 아니라 정부가 입법부나 법원의 제약을 무시해도 되는지, 반대가 있더라도 필요한 정책을 밀어붙여야 하는지 등을 함께 물었다.
추적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가 시간이 지나며 일제히 반민주적으로 변했다는 증거는 뚜렷하지 않았다. 다만 2025년 대선 뒤 새 정부를 반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권력 집중에 대한 용인도가 높아졌고, 이런 변화는 특히 보수 유권자에게 선명했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특정 진영의 승패를 넘어 권력의 분산과 견제, 책임이라는 원칙을 모든 정부에 같은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